올해 8월 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5.5명으로 OECD 평균(18.8명)의 3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인구는 크게 증가했지만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못했고 공적연금 사각지대 규모 또한 크기 때문이다.

본지는 중장기적인 고령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가의 사회안정망 정책을 △중고령자 근로기반 확대 △노후소득보장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대책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국가예산편성 및 재정 효율성 관점에서 분석 검토했다(자료: 국가예산정책처).

◆65세 이상 자살이 30%...노년층 급격히 증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노인인구 특히 85세 이상 후기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며 치매환자의 관리와 돌봄이 노인 복지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고 노년층으로 갈수록 자살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지난 2015년 한국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58.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했으며 그 해 총 자살 사망자 수의 28.4%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11년 이후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OECD 국가 평균 자살률의 두배를 훌썩 넘어서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각 연령대별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0대(2.3명), 20대(16.4명), 30대(25.1명), 40대 (29.9명), 50대(34.3명), 60대(36.9명), 70대(62.5명), 80대 이상(83.7명)으로 이러한 경향은 모든 연도에서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심각한 노인 자살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살원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자살 사망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연령대별 자살원인 통계를 보면 61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육체적 질병문제(46.4%)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정신적 문제(30.3%), 가정문제(8.2%), 경제생활문제(8.1%)가 뒤를 이었다.

자살충동을 유발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2006~2012년 자살 충동 이유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6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질환’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예방에 투입된 예산, 연평균 52억원에 불과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질환 등의 문제는 정신보건이나 임상심리적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회복지급여 및 서비스 제공과 심리상담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자살예방을 직접적인 목표로 내세운 사업은 보건복지부 소관의 ‘자살예방사업’ 및‘중앙자살예방센터 운영’, ‘지역자살예방사업’과 교육부 소관의 ‘학생자살예방관리’ 뿐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자살예방사업은 자살예방정책 연구개발, 생명존중문화조성, 자살예방 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 자살유해정보 모니터링 및 차단, 민관협력 자살예방사업, 응급실기반 자살시도자 지원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운영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지역자살예방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자살예방 업무 담당자를 배치하고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 소관의 학생자살예방관리는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자살예방교육, 자살의 위험이 있는 학생에 대한 조기발견 및 치료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자살예방사업들은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러한 사업을 통해 자살예방 효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지난 2009년 5억3500만원에서 2017년 114억900만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수행하는 자살예방사업의 예산액은 2009년 5억3500만원에서 2017년 73억3100만원으로 9년 동안 가장 높은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2011년 자살예방법이 제정되고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설립되면서 자살예방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제고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9~2017년 동안 정부가 실질적으로 자살예방이라는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한 사업 예산은 총 466억원, 연평균 52억원에 불과했다. 노인자살문제 등 구체적인 대상을 정해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책을 강구하는 사업 또한 찾기 힘들다.

직접적으로 노인자살예방에 기여한 대표적인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농촌지역 자살예방을 위해 추진한 맹독성 농약 ‘그라목손’을 생산금지(2011년) 및 사용금지(2012년)한 사례다. 이러한 정책은 정부가 연령대별 자살원인에 주목해 적극적인 자살예방 대책을 추진할 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자살문제에 주목한 일본은 내각부에 자살대책추진실을 두고 2015년 자살대책을 위해 약 7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자살예방사업에 경제적 편익은 연간 최저 1조원에서 최고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자살예방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투입되는 2017년도 예산은 114억원에 불과하고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의 소수 담당자가 모든 자살예방대책을 맡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살예방에 대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요구했다.

◆노인돌봄정책…사각지대 해소부터 해결해야

우리나라 정부는 제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지난 2006~2017년 동안 노후 건강관리 및 돌봄정책에 총 6조8910억원이 투입했다.

현재 노인돌봄정책인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돌봄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의 급여 대상자 선정은 요양 필요도 및 소득수준, 가구형태, 건강상태 등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며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및 돌봄기본서비스의 경우 는 기준을 만족해도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노인돌봄정책 수급자는 2017년 6월말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인정자(1~5등급) 약 52만4000명을 포함해 약 80만6000명으로 노인인구의 약 11.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른 노인돌봄정책 수혜의 형평성을 도모하고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원 배분 효율화 및 필수 재정을 확보해 노인돌봄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단위비용이 높은 시설급여 중심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운영 방식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노인돌봄의 국제적 추세는 재정 절감을 위해 재가 중심의 노인 돌봄을 지향하고 있으며 정부의 노인돌봄정책도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추세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현행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재가급여보다 시설급여가 선호되는 실정이다. 재가급여의 월 한도액만으로는 24시간 집에 혼자 거주하면서 돌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서는 재가급여보다 시설급여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재가 돌봄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재가서비스 혜택을 확대하고 질 높은 재가서비스 기관을 늘려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가족요양비 등 가족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또한 필연적으로 노인의료비 증가를 가져온다.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2013년 의료패널 자료에 의하면 소득 하위 10% 가구의 고혈압, 당뇨 유병자 비율이 상위 10% 가구의 3.2배, 3.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을 보유한 노인가구의 의료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만성질환 예방과 관리에 관한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국가예산정책처는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며 “정부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 등을 활용한 주치의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저소득 만성질환 노인 가구에 대한 소득지원, 의료비지원 강화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역적 여건과 수요를 고려한 체계적인 치매관리체계 구축 또한 중요하다.

정부는 치매안심센터 신규 설치 및 운영, 치매안심병원 확충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 예산을 통해 2022억7200만원을 추가로 편성했지만 아직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의 구체적인 모델은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제도의 성공적 정착 및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치매센터 운영비에 대한 국비지원, 기존의 장기요양시설 및 요양병원의 역할 정립, 거주지 분산 정도, 인력 확충 용이성 등 지역적 여건을 반영한 차별화된 모델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시군구와 협력해 당초 계획대로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이 설치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운영모델과 인력기준을 마련해 운영의 효율성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가예산정책처는 “노년기의 건강문제와 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결국 노인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고 있다”며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제도는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정책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노인종합·기본돌봄서비스, 노인기초연금도 노인들의 기본적인 삶을 유지시키는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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