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어음발행 가능한 ‘초대형 IB’ 1호에 이름 올려

미래·NH·KB·삼성證 부수기능인 기업환전업무만 가능
신용공여 한도 못 늘리면 기업금융 ‘절름발이’ 우려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출범했다. 그러나 초대형 IB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 인가는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허용되면서 벌써부터 ‘반쪽짜리’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을 획득한 5개 증권사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 IB) 지정 및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심의·의결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은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단기금융업심사가 완료되지 않아 부수업무인 기업 환전만 가능한 상태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연내 나머지 초대형 IB의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마무리 될 것이라 언급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날짜는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만 유일하게 발행어음 업무를 통해 기업에 모험자금 조달이 가능한 초대형 투자은행(IB) 1호에 이름을 올려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은 초대형 IB로 지정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은행에서 커버하지 못했거나,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있어 (초대형 IB가) 모험자본의 틈새를 메우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자금을 조달해 성장을 유도하는 등 혁신기업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향후 글로벌 IB로도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신규 업무 준비를 마쳤으며, 금융투자협회 약관 심사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부터 발행어음 업무를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고 내년 4조원, 2020년에는 조달규모를 8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초대형 IB 첫 주자로서 1년 6개월 내 순차적으로 늘리도록 유예된 기업금융 자산비율을 초기에 50%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장은 “후발주자보다 약간 앞서는 것으로 큰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기업과 시장에서 초대형 IB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좋은 선례를 쌓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며 “혁신·중소기업에 모험자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운용초기 IPO를 계획하고 있는 성장성, 혁신성이 확보된 회사에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 형태로 자금을 집행하는 Pre-IPO투자에 대한 많은 경험과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만큼 초기 성장기업에 대한 평가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우수 VC(벤처캐피탈)와의 교류 확대 및 초기 성장기업에 대한 에쿼티·메자닌 투자, 저신용등급 기업 대출 및 회사채투자, M&A 인수금융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동성 문제 등 현 제도 내에서 기업에 충분한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 사장은 “현재 법 한도 내에서는 기업 신용공여 대출을 늘려가는데 한계가 있어 기업금융 자체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공여 한도 확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기업금융 추진이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개인과 기업을 합쳐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신용공여가 가능한 것을 기업을 별도로 분리해 자기자본 100%까지 신용공여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당국에서는 일단 국회에서 오랜 기간 논의가 된 사항인 만큼 결과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박민우 과장은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 결정이 나든 인가시기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며 “단, 단기금융업 인가 목적 자체가 기업금융 활성화 수단인 만큼 유예기간 내 조달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 자산으로 편입하지 못할 경우 업무 자체를 영위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은행보다 조달 코스트가 높고 자기신용에서 원리금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성과를 내야해 조달 자금을 모두 스타트업이나 성장기업에 투자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늘려나가 자신감을 키우면 계속해서 범위 및 규모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단기금융업 인가 후 영업실태 및 건전성 현황에 대해 밀착 모니터링 하는 한편, 당초 목적에 맞게 초대형 IB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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