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상품으로 법상 명시 안돼…펀드 편입 외 투자 불가
발행시장 확대·퇴직연금 ELB 대체 등 개정 목소리 높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의 시장 확대와 수요를 일부 담당할 것으로 기대했던 퇴직연금 시장 진출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증권업계가 초대형 IB 준비과정인 TF 단계서부터 금융당국에 발행어음을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자체신용으로 발행해 원금보장 가능성이 높고 은행 예금대비 높은 금리 제공으로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당국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만큼 발행주체의 리스크를 완벽히 배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증권사의 발행어음이 신규 상품으로 ‘퇴직연금 감독규정’상 투자가능 상품에 명시돼 있지 않아 실적배당형상품으로도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사의 높은 신용도와 자기자본으로 원금보장 가능성은 크지만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발행주체의 신용리스크를 담고 있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며 “발행어음을 펀드에 편입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담는 것은 가능하지만, 현재 어떤 방법으로도 단독으로 퇴직연금에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카테고리(원리금보장상품, 실적배당형상품)에 넣을지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를 해봐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투자상품 변경을 위해서는 고용부와 협의를 해야 할 사항이라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은 원리금보장상품에 발행어음(종금형 발행어음은 제외)이 포함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인데다, 고용부와 관련 논의도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어 규정개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계속해서 당국에 요청할 방침이다. 어음발행의 안정적인 자금수요 뿐 아니라 퇴직연금의 원리금보장상품 내에서 최근 몸집을 불리고 있는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이 ELB 대비 이율이 높아 고객확보가 용이하고, 만기 시 재예치나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고객과 발행사 모두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ELB와 같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인정받을 경우 ELB가 차지했던 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통한 발행어음 시장 수요도 더욱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시장은 147조원 규모로 이중 89%(130조9000억원)가 여전히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연간 수익률은 1.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익률이 매년 예적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원리금보장상품 내 예적금 비중은 2016년 50%(2015년 50.6%→47.7%) 아래로 하락했으며, ELB는 같은 기간 7.6%(8조5000억원)에서 7.9%(10조3000억원)로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발행어음이 가능하지만 추가로 사업자가 늘어날 경우 퇴직연금 시장의 편입이 발행어음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테일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 수요가 가능해 굳이 퇴직연금 시장의 수요가 필요치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자금조달 만기와 운용기간의 불일치, 단기유동성부채비율 적용 등 운용상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장기간 자금운용이 가능한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규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달자금을) 기업금융에 50% 이상 투자해야 하는데 실제 모험자본에 투자해 성과가 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자금조달 기간이 1년 이내라는 점에서 약정 금리에 맞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기불일치 뿐 아니라 리테일에서는 언제 자금이 빠져나갈지 몰라 유동성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도 안정적인 자금 수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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