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경계, 양쪽 입장 고려…주계약·특약 구분해 판단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오는 2021년 도입될 보험사 재무건전성 평가 제도인 ‘킥스(K-ICS)’ 1차 초안에서 결정된 계약의 경계는 생명·손해보험업계의 사정을 모두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계약의 경계에 따라 각 업계가 쌓아야할 부채(책임준비금)의 크기가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어느 업권도 크게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이란 평가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17 도입준비위원회 실무지원단은 킥스 1차 초안에서 계약의 경계를 ‘갱신시점에 위험을 완전히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경우 성립한다’고 결정했다.

계약의 경계는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본 요소다. 보험사들은 향후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줄 보험금(보험부채)을 위해 앞으로의 예상손실액을 반영한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현재 책임준비금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LAT는 계약의 경계에 대한 기준이 없다. 때문에 보험사별로 달리 적용하고 있어 부채평가액도 보험사마다 다르다.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사안은 계약의 경계를 주계약 기준으로 할지 특약 기준으로 할지에 대한 여부다. 여기에 따라 생보사와 손보사의 부채 부담이 많게는 10조원 이상 달라질 수 있다는 추론도 있어왔다.

일반적으로 보험 상품은 주계약 만기에 갱신형 특약 여러 개를 붙여 판매한다. 예를 들어 100세 만기의 사망(종신·통합보험 등)계약에 10년, 15년 단위의 질병보험(암진단비, 실손의료보험) 등을 붙이는 식이다.

주계약 기준으로 책임준비금을 쌓을 경우 종신보험 등 주계약의 계약단위가 큰 생명보험사에 유리하다.

종신보험을 예로 들면 사망계약은 위험보험료 대비 사망보험금 비율인 위험손해율이 낮은 편이다. 위험손해율을 기반으로 한 예상손실액도 적다보니 이를 보험만기까지 적용한다면 준비금을 기대보다 낮게 쌓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계약의 경계가 특약 기준이라면 손보사에게 유리할 수 있다. 손보사는 주계약보다 특약의 크기가 크고 손해율이 높은 담보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부채(준비금)를 일시에 반영해야 하는 킥스의 특성 상 특약 기간이 15년으로 짧더라도 주계약이 100세까지라면 부채를 처음부터 대규모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약의 보험료 갱신기간에 부채를 재평가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종적인 실무지원단의 결정은 주계약과 특약을 구분해 책임준비금의 적정성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보험만기(주계약)까지의 현금흐름을 추정해 보험부채를 평가하기 때문에 일견 생보사에게 유리할 수 있는 결정이다.

다만 실무지원단은 갱신 시점에 ‘위험을 완전히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하는 경우라면 계약의 경계가 성립한다는 다소 완화된 해석도 내놨다. 보험료 갱신기간에 향후 발생할 보험금 지출보다 보험료 수입이 더 클 수 있도록 한다면 보험만기까지 위험이 반영된 것으로 본 셈이다.

이는 보험 상품에서 특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유난히 높은 한국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보험만기까지 가능한 모든 현금흐름을 반영하도록 유도하면서도 갱신형 상품의 판매형태에 따른 보험부채 평가액의 차이를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체 국민 중 35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이 대표적인 경우다. 실손보험은 15년 갱신으로 표준화된 상품이다. 이를 100세 만기 주계약 상품에 특약형으로 붙여 판매할 경우 킥스에서는 주계약의 현금흐름과 특약형 실손보험의 현금흐름을 따로 계산해야 한다.

주계약의 경우 보험만기까지의 현금흐름을 계산하면 되지만 종속된 특약인 실손보험은 15년동안의 현금흐름만 산출하면 된다. 손보사의 입장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갱신시점에 위험이 완전히 반영됐다면 이후 현금흐름에 대해서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다”며 “실손보험의 보험료 조정 제한 등 비록 위험이 완전히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다음 갱신시점에는 완전히 반영될 수 있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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