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의 금융IT 솔루션 기반으로 과학적 통계 분석
P2P금융의 꽃은 소매금융…아파트 담보로 신뢰도 ↑

▲ 렌딩사이언스 김갑영 대표

"지금의 P2P대출시장은 굉장히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담보대출 전문 P2P금융회사인 렌딩사이언스 김갑영 대표는 최근 고금리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상품이 난무하는 P2P대출시장에 일침을 가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PF대출로 급성장한 저축은행이 그로 인한 부실로 줄지어 도산한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P2P금융시장은 당시 저축은행과 너무나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리스크가 가장 큰 PF대출은 과거 저축은행이 취급했지만 지금은 이 시장이 모두 P2P로 몰리고 있죠. 

PF는 대출시점이 아닌 원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완료시점에 가장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수익률만 보지 말고 왜 제도권에서 PF를 꺼려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렌딩사이언스는 P2P금융의 꽃은 소매금융에 있다고 생각하고 모기지론과 신용대출의 접점인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아파트는 담보가치가 확실하고 누구나 시세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명한 상품운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생명과 SBI저축은행, 현대라이프생명 등에서 22년간 여신업무를 담당해온 김갑영 대표는 지난 해 회사 설립 후 부동산 PF, NPL상품으로 회사 규모를 키우자는 압박과 유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특정한 대상에 불이익이 되는 시장은 결국 퇴출되고 만다’는 신념으로 소매금융을 놓지 않겠다는 고집을 지키고 있다.

“4~6등급의 고객은 예전에는 시장에 없던 고객입니다. 10% 대의 금리를 받아도 되는 고객들이20~30% 금리를 받고 대부업체의 마진과 마케팅 비용을 대주는 셈이었죠. 이들에게 10%대의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투자자들도 안전하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P2P금융시스템은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렌딩사이언스가 대출자와 투자자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 서비스를 확신하는 이유는 최대주주인 핑거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회사 내부에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딩사이언스라는 회사명 또한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에서 비롯됐을 만큼 신용데이터의 변별력을 가리는 통계분석 부문은 따라올 회사가 없다고 자신한다.

현재 렌딩사이언스는 P2P금융회사로는 유일하게 대출자와 투자자 모두 100% 비대면으로 서비스된다. 각종 서류 증빙을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하는 타 회사와 달리 모회사인 핑거가 특허를 보유한 스크래핑 기술로 고객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무대면, 무서류 심사를 하고 있다.

핑거는 16년간 금융회사의 금융IT솔루션을 개발해온 국내 대표 전자금융회사로 현재 가계부나 자산관리 앱 등에 사용되는 모든 스크래핑 기술이 핑거의 특허기술이다. 김 대표는 핑거에서 대출비즈니스 사업을 총괄하던 당시 스크래핑 기술을 통해 기업은행 최초의 비대면 대출상품인 ‘i-ONE 직장인명함대출’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핀테크 사업 강화에 나섰던 기업은행에 직장인의 명함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실시간으로 신용평가를 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제안했고 은행장의 강한 의지로 상품출시까지 이어지게 됐죠. 하지만 무방문, 무서류, 무담보로 대출을 지원하는 비대면 상품을 출시하기까지 현업과 충돌이 계속됐고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추진하려던 서비스가 상당 부분 삭제됐습니다. 은행장의 지시로 내려온 서비스도 이런데 말단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얼마나 큰 어려움이 있을까요?”

2000년대 초반 핑거의 스크래핑 기술을 발견하고 금융과 IT의 결합에 새로운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삼성생명에 근무할 당시 처음으로 인터넷대출과 온라인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핑거의 기술력과 20여년 쌓아온 금융회사의 여신업무경험은 오랜 시간 금융과 IT의 융합을 고민해오던 그를 P2P금융회사 설립까지 이끌었다.

“PF대출시장은 전문 기업금융인도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는 시장입니다. 작은 회사가 선뜻 나설 시장이 아니죠. 그런데 스타트업 중심의 P2P금융시장은 거꾸로 이런 리스크가 큰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우리는 왜 PF상품을 취급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그럴 때면 제가 거꾸로 오래갈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 금방 없어질 회사에 다니고 싶은지 물어보죠.”

최근 90% 이상 연체율을 보인 펀듀는 P2P금융협회에서 퇴출됐다. 테라펀딩, 8퍼센트 등 업계를 대표하는 P2P금융회사들 또한 연체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는 수익률에 혹해 큰 고민 없이 P2P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말한다.

“지금 보고 있는 상품은 회사와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상품입니다. 부실이 일어날 경우 마련된 대안들도 가장 긍정적인 입장에서 만들어진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뒤에 숨겨진 진짜 리스크를 확인하는 건 본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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