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말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고령사회 대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55.5명으로 OECD 평균(18.8명)의 3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인구는 크게 증가했지만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성숙기에 접어들기 못했고 공적연금 사각지대 규모 또한 크기 때문이다.

본지는 중장기적인 고령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국가의 사회안정망 정책을 △중고령자 근로기반 확대 △노후소득보장 △노인 건강관리 및 돌봄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대책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국가예산편성 및 재정 효율성 관점에서 분석 검토했다(자료: 국가예산정책처).

◆노인 여가대책에 책정된 예산 1%도 안돼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17년 현재 남자는 79.5세, 여자는 85.6세로 65세를 기준으로 남자는 평균 약 14년, 여자는 약 20년을 노년기로 보내야 한다. 2030년에는 기대수명이 85.2세, 2060년 89.5세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사회구성원 중 노인인구가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제 노인은 소수 계층이 아닌 보편적 정책 대상 집단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80세 이상의 고령후기 노인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의 교육수준 및 경제수준 상승은 여가소비와 욕구 다양화로 이어진다. 경제적 약자이기만 했던 이전과 달리 앞으로의 노인은 건강유지, 학력상승, 소득상승 등을 바탕으로 자기실현 및 사회참여 욕구를 다양하게 표출하게 될 것이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정부는 노인을 보편적 정책대상으로 보고 그들의 다양하고 넓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민간인프라 확충, 공공서비스 확대, 서비스 다양화, 서비스의 질 제고 등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대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추진된 정부의 고령사회대책은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보험, 일자리사업 등 노년기의 생계 및 안전보장에 관심과 재정투입이 집중되고 노년기의 사회참여 및 여가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2017년도 고령사회대책 총 재정투입액은 14조3255억원이지만 이 중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대책추진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1316억원으로 0.9%에 불과하다. 이는 노후소득보장사업 비중이 78.8%(11조2946억원), 노인 의료보장 및 돌봄사업이 4.7%(6769억원)인 것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나는 수치다.

2017년 노인 사회참여 및 여가대책 추진 12개 사업에서도 노인 또는 은퇴자에게 특화된 사업은 7개 뿐이다. 나머지 사업들은 사업대상 중 일부 노인만 수혜를 받거나 노인 여가대책과 무관한 사업이 포함돼 있어 실제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활성화에 투입되는 재정은 계획상의 수치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통합문화이용권사업은 2016년도 집행액이 553억원으로 지난해 12개 사업의 총 집행액 855억원의 64.7%를 차지해 노인 여가대책 중 재정규모가 가장 컸지만 이 사업에서 문화누리카드 지원혜택을 받은 저소득층 중 고령자는 28.6%에 불과했다.

교육부의 교육기부활성화 사업은 지난해 개인교육기부단 위촉인원 555명 중 은퇴자는 87명(15.7%)에 불과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2017년 예산액 35억4300만원)또한 노인복지관에 예술강사를 지원하는 사업 외에 노인 여가와 무관한 직장인 문화예술 동호회 지원 사업(2017 예산액 7억2000만원)을 포함하고 있다.

12개 사업은 모두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제3차 기본계획에 편입한 것으로 고령사회대책에 편입되면서 특별히 사업이 확대되거나 예산이 증액된 사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12개 사업의 2015년도 결산액 합계는 958억원이었지만 제3차 기본계획의 첫 해인 2016년도 결산액 합계는 855억원으로 약 102억원 감소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고령화 대책을 분석하며 “정부는 지난 10여년 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노인 사회참여 및 여가대책을 추진해오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에 추진하던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이며 법적, 제도적, 재정적 어느 면으로도 강화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저생계 보장에 초점 맞춘 法…삶의 질은 외면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 활성화는 관련 법률과 그에 기반한 정책에 따라 구현되기 때문에 노인들의 사회참여 욕구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적절히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법적∙정책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행 법률에서는 노인 여가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이나 여가 활성화의 중요성 및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인의 여가복지를 단편적이며 부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고령사회기본계획 수립으로 고령사회대책이 추진됐지만 지금까지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정책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왔다.

노인복지나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와 관련된 여러 법률들은 노인복지를 노인의 건강과 생활안정이라는 최저선의 생계 보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노인을 소외계층으로 명시하거나 주요 적용대상으로 인지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노인복지에 관한 기본법인 ‘노인복지법’은 노인의 최저 생계보장이 목적으로 노인의 보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노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거나 이를 위한 실효성 있는 여가 활성화 정책을 구현하기엔 현행 노인복지법은 충분한 법적 기반이 되지 못한다.

‘저출산 고령사회기본법’은 노후의 여가문화 및 사회활동 장려와 기반 조성, 모든 세대의 평생학습과 교육받을 기회 제공에 관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관한 각각의 시책이 서로 다른 소관 부처에서 각각의 근거 법률에 기반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 하에 통합적으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은 지난 2015년 국민들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노인을 주요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이나 ‘평생교육법’에서도 노인 대상의 자원봉사활동이나 평생교육과 관련된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 대다수가 길어진 노년의 생을 살아가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노인을 소수의 소외 계층으로 취급해 온 지금까지의 인식과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고령사회에서 국민의 삶의 질과 연결되는 노인의 사회참여 및 여가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먼저 노인을 보편적 정책 대상으로 보는 인식 전환과 이를 반영한 법률적 기반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인의 사회참여’ 보편적 정책과제 돼야

정부는 지난 2006년 이후부터 제1차~3차까지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따라 10년 이상 노인의 사회참여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 및 평생교육 참여율은 선진국들과 비교해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 그동안의 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령별 자원봉사 참여율은 40~50대가 약 15%, 20~30대가 약 11%인 데 비해 65세 이상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6.6%로 성인 연령층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의 평생교육 참여율도 2008년 13.3%에서 2014년 13.7%로 0.4%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며, 연령별로는 65~69세에서만 증가 추세를 보였고 70세 이상 연령층은 오히려 참여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는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노인인구가 증가하고 노인들의 학력, 소득, 사회문화적 인식 수준이 현 세대 노인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 노인세대의 자원봉사 및 평생교육 참여욕구는 지금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모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원봉사와 평생교육은 다른 활동에 비해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설계 시 참여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노인 자원봉사활동의 경우 수요처와 원활한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노인이 보유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봉사단체를 구성해 자원봉사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가치창출을 실질화해 나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평생교육은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평생교육 체제 내의 구조화된 교육서비스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학, 사회단체 등의 노인 대상 교육서비스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특히 평생교육의 경우 고령사회가 갖는 노인빈곤 문제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을 포함하는 성인 대상의 평생교육체제를 전반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여가서비스가 다양화되는 이면에는 이를 영위하기 어려운 소외 노인층이 존재할 수 있다. 소외 노인층에 대해서는 여가정책보다 소득보장이나 의료보장 혜택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들 노인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쉽고 사회적 고립은 결과적으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된다.

국가예산정책처는 “소외 노인에 대한 장기적인 여가정책은 높은 노인 자살률이나 치매노인 증가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며 “국민의 다수가 긴 노년기를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사회참여 기회와 적극적인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요하고 보편적인 정책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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