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간 결혼생활 후 이혼한 A씨는 남편이 혼인기간 동안 납부했던 국민연금을 분할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지 국민연금공단에 문의했지만 노령연금을 받기 전인 60세 전에 남편이 사망했기 때문에 분할연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5년 이상 혼인조건…규제 사각지대 발생

분할연금제도는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 이혼한 배우자가 일정요건을 갖추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령연금을 나눠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분할연금은 지난 1999년부터 이혼한 배우자의 노후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해 시행됐으며 혼인기간에 해당되는 연금액을 분할해 배우자에게 지급해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분할연금제도는 법률상 인정되는 혼인관계 기간을 비롯해 분할연금 수급권의 불안정성 및 연금분할 시기와 방법 등 여러 방면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률상 혼인기간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가 결정됨에 따라 국민연금법의 분할연금 수급권 발생요건인 ‘혼인기간’에 부부 간 정신적·물질적 기여부분이 반영되도록 규정하고 부부 간 합의 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연금분할 비율을 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민연금법 제64조에 따르면 이혼한 배우자가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60세 이상, 5년 이상의 혼인기간을 충족해야 하며 배우자 또한 노령연금 수급권자 자격을 갖춰야 수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5년 이상의 혼인기간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법률상 혼인기간만 유지한 채 가출이나 별거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이뤄지지 않거나, 5년 미만의 결혼생활 후 이혼한 부부의 경우 분할연금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헌법재판소는 상호부양 의무를 충실하게 하지 않은 배우자에게 분할연금 수급권을 인정하는 것은‘재산권 침해’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가출이나 별거 등으로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수급권을 받을 수 없도록 입법 개선이 요구된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 서성영 입법조사관은 “황혼이혼 증가에 따라 분할연금 수급권자가 점점 증가하고 최근 우리 사회의 이혼현황을 살펴볼 때 분할연금 사각지대 문제는 결코 적은 비중이 아니다”라며 “혼인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우도 22.9%로 이혼구성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적지 않아 5년 미만의 결혼생활 후 이혼할 경우 분할연금을 청구할 수 없는 문제 또한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금수급권, 다양한 상황 고려되지 못해

이혼이 점차 빨라짐에 따라 이혼시기와 분할연금 지급시기의 간극이 커지며 발생하는 분할연금 수급권의 불안정성 또한 문제로 제기된다.

현재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 제2호에서는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일 것’이라는규정에 따라 분할연금 수급권이 인정되려면 분할연금의무자(국민연금 가입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되고 분할연금권리자(이혼 후 분할연금을 청구한 배우자) 역시 60세가 된 이후에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분할연금 의무자(가입자)가 노령연금을 수급하기 전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는 경우 분할연금 권리자(배우자)는 유족연금이나 장애연금뿐만 아니라 분할연금도 받지 못한다. 또 연금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분할연금 의무자가 이혼 후 배우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경우 배우자는 분할연금 수급권을 획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10월 정춘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분할연금 가입자가 노령연금대신 반환일시금으로 지급받는 경우 배우자가 분할연금 청구를 할 수 없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분할연금의무자(가입자)의 수급권 보장 규정도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연금법 제65조 제2항에서는 분할연금권리자(배우자)가 재혼 또는 삼혼으로 2개 이상의 분할연금 수급권이 생길 경우 2개 이상의 분할연금액을 합산해 지급하고, 제4항에서는 분할연금액과 자신의 노령연금금액을 합산해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상황에서 분할연금의무자가 2번 이상 재혼한 경우는 자신의 노령연금액이 전 배우자의 수에 따라 계속 감액될 수 밖에 없다. 분할연금의무자가 전 배우자에게 자녀양육비까지 지급하는 상황이라면 노령연금은 분할연금 의무자의 빈곤상태를 해소하는데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

더구나 분할연금권리자(배우자)가 사망해 분할연금 수급권이 소멸돼도 분할연금의무자는 분할연금을 노령연금으로 재수급할 수 없게 돼 있다.

◆ 맞벌이 부부 증가 등 사회 변화 반영돼야

국회입법조사처는 “5년 미만의 이혼자의 경우 장기 혼인을 유지한 경우와 동일한 보호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완전히 제도의 공백으로 방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연금이력 분할제도 등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분할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주요국들은 연금을 분할해야 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분할연금의무자(가입자)가 노령연금 수급연령 이전 신변의 변화가 발생해도 분할연금권리자(배우자)의 수급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독립적인 수급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연금분할 방법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혼인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가 이혼했을 경우 분할연금 수급액은 액수가 크기 때문에 연금액을 분할하는 쪽이 유리하지만, 혼인기간이 10년 미만인 경우는 수급할 수 있는 분할연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에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자신의 독립적인 노령연금 수급권을 추가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연금이력 분할제도’다.

만약 혼인기간이 10년 미만인 배우자가 이혼 후 소득활동을 시작해 개인의 연금기여분이 발생한다 해도 국민연금 최소가입기간(10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노령연금 수급권을 획득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연금이력 분할제도는 이 같은 상황에서 전 배우자의 연금이력을 분할한 후 본인의 연금가입 이력을 추가해 독립적인 수급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분할연금제도를 도입한 주요국들은 대부분 연금이력 분할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영국은 분할연금 방법을 다양화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혼 시점에 연금액 분할을 선택할지 연금이력 분할을 선택할지 당사자의 사정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 서성영 입법조사관은 “독일의 경우 분할연금의무자가 분할연금권리자에게 부양수당을 지급하고 있거나 분할연금권리자의 연금총액이 법적 공적연금 최고 한도액을 초과하면 의무자의 연금감액조치가 정지된다”며 “향후 국민연금법 개정 시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분할비율의 문제, 분할연금 청구에 대한 다양한 선택적 권리보장 등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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