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융지주 회장 ‘셀프 연임’ 강력한 어조로 비판 나서

메시지 효과 거두기 위해선 반복 발언 및 후속 조치 필요

▲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에 참석한 최종구(가운데)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영 서민금융진흥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권력을 손에 쥔 사람은 절대반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영속적으로 권력의지를 행사하고픈 욕망은 유사 이래 권력자의 속성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는데 혈안이 된다. 그리고 권력이 연장될수록 부패의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모든 권력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영국의 사학자 로드 액튼 경은 “권력은 타락하기 마련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타락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장기집권의 폐해를 목도했다. 그 덕에 우리는 ‘장기집권은 부패한다’는 명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공자는 <논어> ‘자한편’에서 “함께 설수는 있어도 함께 저울대를 잡을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권력을 갖기 위해 다툴 수는 있지만, 권력을 같이 나눠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춘추와 전국 시대. 중국역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권력투쟁의 과정. 양립할 수 없는 권력자간의 충돌은 리더십과 관련, 많은 사례를 후세의 사람들에게 남겼다. 이 과정을 지켜본 불운했던 한비자는 권력과 관련, 군주와 신하는 서로의 욕망을 추구하는 투쟁의 관계로 해석했다. 

공자는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며 예(禮)로써 군신관계를 설정했지만, 한비자의 눈에 비친 군주와 신하는 서로가 지향하는 이익의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신하에게 무조건적인 충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군주는 충성보다는 신하의 재능을 살펴야 한다고 말하고 신하는 권력의 냉혹함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권력자를 설득함에 있어 그 심리상태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자본의 지배를 본질적으로 막아놓은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전통적으로 주인이 없다고들 평해왔다. 자본에 의한 금융 권력의 지배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에 의한 권력에 의지는 막을 수 있었지만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은 은행장 인사철만 되면 뒤숭숭해지기 십상이었다.

한번 형성된 금융 권력은 유한하지만, 당대 권력의 극점에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자본에 의한 견제가 불가능한데다, 정치권력도 정파를 달리하며 교체되기 때문에 금융권 내부에 이미 형성된 권력을 제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 권력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내부 경쟁자를 없애고 연임을 하면 안된다.” ‘장기소액 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성격이 다른 화두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3연임을 추진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과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빚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 최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추론돼 구설에 오른 회장들이다. 물론 최 위원장이 직접 이들을 거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언급 없이 추상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때 메시지는 강력한 효과를 거둔다. 해석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권력자는 자신의 권력의 유효기간을 늘리고자 한다. 특정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권의 지배구조는 이런 악습을 오랜 관행처럼 고착화시켰다. 당연하게도 권력을 다툴만한 경쟁자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장기집권에 방해될 인물은 자연스레 배척됐다. 

최 위원장이 이런 구조를 바꾸겠다고 작정한 듯하다. 더 이상 ‘셀프 연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본의 지배구조로 견제할 수 없는 금융권력의 고착화와 세력화가 부정적인 질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는 듯싶다. 어쩌면 이것도 금융권의 적폐 중 하나일 것이다. 최 위원장의 메시지가 정책이 되기 위해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발언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 가능할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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