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분위기와 맞지 않아” 정책 추진 어려움 토로

정회동·최방길 등 전 금투업권 CEO 차기 후보로 거론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회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회장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와 시대적 분위기, 회원사가 원해야 하는데 내가 살아온 과정과 현 정부를 꾸리고 운영하는 분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200%로 늘리는 방안이 통과됐지만 고생할 일이 아니었는데 일이 쉽게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원사들에서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상당수 있는 만큼 연임을 포기했다”며 “정책이 추진되는 방향이 생각과 다르고 건의를 해도 잘 통하지 않는 등 정책을 수립하시는 분들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끼면서 현 시대적 분위기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ISA(종합자산관리계좌), 초대형 IB(투자은행), 기업신용공여 제도 개선 등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자본시장 발전 100대, 30대 과제는 황영기 개인이 추진하려던 작업이 아니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일들”이라며 “공론의 장을 통해 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지난 1975년 삼성물산 입사를 시작으로 삼성전자·삼성생명을 거쳐 2001년 삼성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2004년에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2008년에는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으며, 2015년 금융투자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재임 동안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 △비과세해외주식형 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등 각종 현안들을 성사시키며 업계의 높은 신임과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왔다.

때문에 연임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황 회장의 연임 포기는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이른바 ‘셀프 연임’을 반대하는 발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CEO를 비롯해 금융지주회장, 협회장 인선 등에 대해 민간회사의 경우 자율적인 경영진 구성이 당연하지만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현 CEO와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해 연임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협회장 인선에 대해서도 “대기업 출신이 기업 후원이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선임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차기 금투협회장으로는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회동 전 사장은 △흥국증권 △NH투자증권 △IM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 대표를 역임했으며, 특히 IB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어 초대형 IB 시장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다.

최방길 전 사장은 올해 초 신한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올랐고 앞선 한국거래소 이사장 최종 면접 후보에 오르는 등 자본시장 내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두 사람 모두 지난 2014년 금투협회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졌던 만큼 이번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투자협회는 내달 중순경 이사회를 통해 회장 후보 결정 등 차기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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