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시중은행이 활용하고 있는 핵심성과지표(KPI)가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KPI 항목 수가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경제연구소는 7일 '국내 은행산업의 과당경쟁 문제와 대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신한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SC제일은행, 대구은행 등 8개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로 나타낸 2016년 은행 수익 성과지표와 전년도 수익, 한국 GDP, 은행 직원 설문조사 결과 및 은행별 KPI 평가 항목 수 등을 토대로 각 변수 간 상관관계 분석과 다중선형회귀 분석 결과를 담았다. 

은행직원 설문조사는 연구소가 지난 7월 금융노조 산하의 은행 지부 조합원 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사용했다.

분석 결과는 일반적 인식과 정반대로 나왔다. ROA와 ROE 두 가지의 경우로 나눠 각각의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경우 모두 KPI 변수와 은행 수익성 변수는 음(-)의관계를 나타냈다.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성은 낮아진다는 뜻이다. 

은행원들의 실적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 변수와 은행 수익성 변수 간에도 음(-)의 관계가 나타났다. KPI 항목이 많아지고 은행원들의 실적 압박이 높아질수록 은행의 수익성은 낮아진다는 결론이다.

특히 KPI 변수와 스트레스 변수는 상호 양(+)의 관계가 나타나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KPI 변수와 소비자 보호 변수는 음(-)의 관계가 도출돼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소비자 보호 항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귀분석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ROA와 ROE 모두 KPI 항목 수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감소했으며, 직원들의 실적달성 스트레스가 커지는 경우에도 수익성은 낮아졌다.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KPI 평가 항목이 축소되거나 폐지된다면 은행 수익이 저조해질 것이라는 염려와는 다른 결과”라며 “오히려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은 감소하므로 KPI 항목 증가는 은행 수익을 가져다줄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또 “현재 은행 직원의 실적달성에 대한 스트레스 정도는 평균 64.5%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데, 스트레스 정도가 줄어든다면 은행 수익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KPI 항목을 늘리고 직원들에게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이루어내는 수익성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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