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된 서류로 상품내용·위험성 설명 점검…실효성 의문
은행권 눈치보기 지적, 초대형 IB 전체 업무위축 우려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이 판매된 지 1주일여 만에 금융감독원이 판매실태 점검에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은 7일부터 15일까지 현재 유일하게 발행어음을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의 본점 및 일부 영업점을 대상으로 판매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에게 주어진 신규 사업으로 증권사에서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가입 시점에 금리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으로 상품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수익률도 최대가 2.3%(1년 만기)로 일반 투자상품 대비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 아니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지만 증권사의 신용도로 발행하고 발행사의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만큼 증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원금손실의 위험도 크지 않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초대형 IB들이 아직까지 단기금융업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판매사가 한 곳 뿐인데다, 그마저도 판매 이틀 만에 목표량(5000억원 조달)에 도달해 판매를 중단한 만큼 이번 점검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점검사항으로는 △이자율이나 만기 등 상품의 주요내용 설명 유무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점과 발행회사의 신용위험에 따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의 설명 유무 △허위·과장 광고 △부당한 판매촉진 활동 여부 등이다.

신규업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건전 영업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발행어음 판매를 중단한 상태기 때문에 이미 판매된 사항들을 서류로 점검해야 하고, 실제 불완전판매 등의 정황이나 위험이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미스터리쇼핑은 진행 계획이 없어 점검 실효성도 높지 않은 상태다.

업계 내부에서도 이제 시작인데다, 현재 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도 않은데 점검에 들어간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피감기관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다 은행권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이 같은 점검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초대형 IB 업무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초대형 IB의) 업무인가가 다 난 상태도 아니고 영업을 하지도 않는데 점검을 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손발을 다 묶고 시작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당시 은행에 증권 고유 업무인 일임업을 열어줄 때도 이렇게 들여다봤나 의문”이라며 “형평성에 맞지 않게 금투쪽에만 너무 과도한 잣대나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판매가 중단된 상태기 때문에 서류로만 판매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지만 판매진행 절차에 있어 협회의 광고심의 규정 등 내규를 잘 반영했는지, KPI(성과급) 등을 과도하게 지급해 영업을 올린 것이 아닌지 들여다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점검을 나가는 게 이례적인 것은 맞다”면서도 “기본 취지는 잘못을 적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발행어음 판매가 건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계속해서 보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발행어음을 시작하는 곳들도 이 같은 점을 유의하라는 것으로 지점에서 판매와 관련한 내규 등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것”이라며 “ISA 시작 시 과당경쟁이나 수익률 문제가 있었고, 은행권 등에서도 그렇고 여러 곳에서 관심이 많은 만큼 처음부터 건전하게 정착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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