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서동필 수석연구원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서동필 수석연구원

공자가 살았고 소크라테스가 살았던 기원전 우리 인간의 평균수명은 대략 20세 전후였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들은 참으로 복 받은 사람들이다. 100세에 육박하는 수명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래 살게 되면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수로 인해 생긴 무수히 많은 시간을 어떻게 살지 준비가 부족해 노후 말년이 힘겨워지고 있는 것이다. 먹을 준비를 미처 못 했다는 소리다. 누구에게나 장수의 기회가 왔지만, 기회를 움켜쥐고 제대로 활용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셈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Kairos)’를 보면, 앞머리는 얼굴을 덮을 정도로 매우 덥수룩하지만 뒷머리는 머리카락 하나 없는 민머리다. 기회란 그런 모습이다. 다가올 때는 덥수룩한 앞머리로 인해 기회인지 분간하기 힘들고, 지나고 나서 기회다 싶어 잡을라 하면 뒷머리가 없는 까닭에 잡을 수가 없다.

게다가 카이로스의 등과 양 발목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기회를 포착하고 준비된 사람이라면 손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앞머리가 덥수룩해서 기회다 싶으면 그저 움켜쥐면 된다.

우리에게는 장수의 기회가 왔으니 움켜줘서 보다 행복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으면 쏜살같은 시간의 속도와 함께 행복의 기회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노후의 행복을 움켜쥐려면 가장 먼저 먹을 준비를 해야 한다. 길어진 노후생활을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재정적 뒷받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다. 노후는커녕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과거에는 노후준비란 것이 괜한 짓, 소위 쓸데없는 짓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후준비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가장 쓸모 있는 일이 됐다. 노후는 누구에게나 꼭 닥친다. 나라에서 억지로 떼어 간다고 국민연금을 귀찮아만 하지 말고 20년 이상 꾸준하게 납입해 되도록 많은 연금을 받도록 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하지 말고, 안전자산과 실적배당형을 적절히 섞어서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도 모자라면 개인연금을 통해 보충해야 한다. 

옛날이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혹여 자식에게라도 기댈 생각은 금물이다. 부모를 부양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세대가 바로 요즘 세대다. 1980년대만 해도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자식들이 70%를 넘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겨우 30%선을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설령 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있더라도 취직과 자녀교육 등으로 제 한 몸 간수하기 힘든 세대가 요즘 젊은 세대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으면 장수의 행복을 잡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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