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인상 주범격…개·폐업 반복해 편취
보험사기조사조직, 특별법 이후 환수 본격화

보험사기의 온상인 불법 사무장병원이 판치면서 건강보험공단과 민영 보험사의 보험금 재정이 줄줄 새고 있다.

보험금은 보험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에서 비롯된다. 매달 내는 건강보험 및 민영보험료가 사무장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판치는’ 사무장병원, 적발·환수도 ↑

지난 2015년 기준 건보공단이 적발한 사무장병원은 220곳, 총 5338억원의 보험금이 환수됐다.

지난 2011년과 2009년 각각 163곳(595억원), 7곳(5억6000만원)의 사무장병원이 적발됐다는 점을 미뤄볼 때 규모는 해마다 폭증하는 추세다. 보험금 환수만 놓고 봐도 4년 새 약 10배가 증가한 셈이다.

사무장병원은 비 의료인이 고용의사(페이 닥터)의 의사면허를 대여, 고용의사 명의로 개설해 운영하는 병·의원을 뜻한다. 의사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 이외의 사람이 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 행위다.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에서는 사무장병원 적발을 해마다 강화하는 추세다. 건보공단의 보험금 재정이 불필요한 의료행위로 사용되는 사례를 막고 환수조치 하기 위함이다.

업계는 적발 실적이 빙산의 일각일 뿐 더 많은 사무장병원이 존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발된 이후에도 고용의사를 바꿔가며 개·폐업을 반복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무장병원에 대한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정부 및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 진형오 팀장은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당하고도 간판만 바꿔 같은 장소에서 개업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투자금만 회수하면 1~2년 내 폐업 후 다시 개업하는 일도 잦다”며 “처벌에 대한 수위가 낮고 보험금 환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다보니 개·폐업 절차부터 철저한 추적 관리로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중 의료기관 적발 ‘최다’

사무장병원이 보험사기의 온상으로 직결되는 이유는 보험사기 유형 가운데 의료 기관을 통해 발생하는 적발 인원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보험사기 인원은 총 8만3012명으로 이 중 6만8326명(82.3%)이 허위·과다 사고로 인한 경우였다.

대부분이 자동차사고로 인한 보험사기지만 병·의원과 관련된 장기·생명보험 사례만 놓고 보면 총 1만857명(13.0%)이 병원의 허위 입원·진단·장해·수술 등을 통해 보험사기를 저질렀다. 즉 보험사기 10건 중 1건은 병원에서 비롯된다는 의미다.

사무장병원은 특성 상 허위 입원 등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입원일수나 치료행위가 늘수록 병원이 민·관에서 병원으로 지급하는 보험금을 더 많이 챙겨갈 수 있다. 직접적인 사기행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보험사기를 방조할 가능성도 높다.

사무장병원 등 의료법 위반자가 병·의원을 개설해 건보공단 및 민영보험사의 보험금을 타낼 경우 금액에 따라 사기 및 사기방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특경법)이 더해질 수 있다.

SIU 행동 돌입 ‘무조건 잡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들의 전문 보험사기조사 조직인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서는 사무장병원 척결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서울지역 SIU 조사협의체에서도 내년 보험사기 척결 과제 1순위로 사무장병원을 지목했다.

명백한 불법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부당이득을 챙기는 사무장병원은 보험금 누수를 만들고 이는 선의의 보험계약자가 내는 보험료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분이 환수되면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의 다음해 보험료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보험사기 적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이유도 보험사기 금액 환수가 보험료의 불필요한 인상을 막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SIU측에서는 일반적인 병·의원급에서 발생하는 건보공단 및 민영보험사의 보험사기 금액을 단위 병·의원당 최소 5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장기·생명보험 분야의 경우 실손의료보험을 비롯해 입원일당, 수술비 담보 등에서 보험이 중복 가입되면 보험사기이득액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실시되면서 5억원이 넘는 보험사기이득액을 편취할 경우 특경법 적용 대상이 된다. 이전까지는 의료법 위반에 대한 사기 및 사기방조에만 의지했다면 특별법 이후부터는 특경법에 대한 사기 및 사기방조 행위까지 더할 수 있다.

보험사기이득액이 50억원을 초과한다는 점만 확실시되면 무기 혹은 5년 이상의 징역 및 벌금이 부과된다. 검찰 송치단계부터는 가압류 등의 방식으로 보험사가 보험사기에 대한 환수조치까지 돌입할 수 있다.

한 보험사 SIU팀 관계자는 “검·경과 수사의뢰 및 정식 절차를 거친 공조수사를 통해 사무장병원 적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라며 “금액이 큰 건이라면 보험협회와 공조해 변호사 선임 후 송치과정까지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철저한 환수조치로 보험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지키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