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율 산정 시 올해 손해율 반영 말라 ‘사실상 동결’
文 케어 영향, 공사협의체 분석 결과 후 조정 가능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감독원이 내년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은 내년도 실손의료보험 참조순보험요율(이하 참조요율)에 당해년도 실손보험 손해율 반영을 미뤄줄 것을 지시했다.

참조요율은 보험개발원이 보험사들의 경험 통계 등을 기초로 산출한 업계 평균 보험요율로 1년에 한 번씩 금감원에 보고된다. 보험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사 경험통계 등을 반영해 내년도 보험료를 결정한다.

실손보험의 참조요율은 현재 일부 중소형 생보사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각사별로 보험료 조정에 사용되는 경험요율에서도 올해 손해율 반영을 연기하라는 입장이다.

이미 실손보험은 만성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년도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120.1%을 기록했다. 손해율 120.1%라는 의미는 보험료 100원을 걷어 120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뜻이다.

올해 손해율도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즉 금감원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보험료를 올리지 말 것을 보험사에 강요한 셈이다.

금감원은 만약 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경우라 해도 영업보험료에는 변동이 없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영업보험료란 실제 보험가입자들이 내는 월 보험료를 뜻한다.

영업보험료는 순보험료(위험보험료)와 부가보험료(사업비)로 구성돼 있다. 보험사가 전년도 손해율이 악화돼 순보험료를 올리더라도 부가보험료를 깎는 식으로 전체 변동을 ‘0’으로 만들도록 보험료 인상을 제한한 것이다.

대상은 지난 4월 이전까지 출시된 실손보험이다. 4월 이후 새로 출시된 실손보험은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5년간 보험료 인상이 제한된 상황이다. 당장 새해부터 보험가입자들이 체감할 실손보험료 인상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금감원이 참조 및 경험요율에 손해율 반영을 제한한 배경은 현 정부의 보건정책 핵심인 ‘문재인 케어’에서 비롯됐다.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다. 전체 국민 의료비에서 국가의 지원분을 늘리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실손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의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험사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이에 지난 9월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공사협의체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산정방식 표준화,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 분석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이 실손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건 이유도 공사협의체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진 보험료 인상을 자제토록 하기 위함이다.

다만 공·사협의체는 아직까지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른 보험사의 반사이익 분석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에서는 목표기간을 내년 3월까지로 잡았지만 적어도 내년 상반기 이전까지는 영향분석 결과가 나오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감원 이창욱 보험감리실장은 “공·사보험 정책협의체가 연구 중인 건강보험에 대한 실손보험 반사이익 영향분석 작업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전까지 요율산정에서 올해 손해율 반영을 미뤄달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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