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생명보험금 일체 ‘부정 수급’ 대상
법원 “사무장병원, 보험금 청구 못한다”
판례 확보되면 사무장병원 척결 ‘신호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장기·생명보험 분야에서도 사무장병원 개설로 민영보험사의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최초 판결이 나왔다.

사무장병원이 보험사에 청구한 장기·생명보험금 일체를 부정 수급 대상으로 본 것이다. 보험사기의 온상으로 지적돼 온 사무장병원 적발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14일 보험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현재 의료법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사기방조) 등을 위반해 유죄를 선고받은 민모씨와 이모씨 등 2명에 대한 재심 청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완료된 1심 재판에서 이들은 의료법, 사기 및 사기방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및 사기방조) 등을 위반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그 결과 민모씨와 이모씨는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민모씨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사면허를 대여 받아 경기도 시흥시 중심상가에 의원을 개설했다. 이 과정에서 이모씨는 민모씨와 공모해 매월 1200만원을 받는 대가로 의사면허를 대여하고 의료행위를 했다.

의료법에서는 비의료인이 고용의사의 의사면허를 대여 받아 고용의사 명의로 개설 및 운영하는 경우를 금지하고 있다. 일명 ‘사무장병원’이다.

이들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건보공단과 32개 보험사에 청구한 보험금은 총 64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 요양급여비 약 33억원, 민영보험사 보험금 약 31억원 수준이다.

장기·생명보험 분야에서 사무장병원의 보험금 부정 수급이 ‘통’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무장병원이 보험사에서 지급받은 보험금이 전부 편취 금액이 되는 셈이다.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의료법에 위반하여 의사 등이 아님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보험회사에 실손의료비 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무장병원이 보험사를 대상으로 부정 수급한 보험금 전체가 보험사기로 판정되면 편취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사무장병원이 월별로 보험사에게 지급받은 보험금 금액만을 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사무장병원의 개설 자체가 불법이니 병원 운영을 통해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모두 보험사기가 된다.

보험업계는 재심 결과가 1심 판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대구고등법원에서도 사무장병원이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와 함께 청구한 보험사의 자동차보험진료수가비용을 사기로 확정 판결한 바 있다.

재심에서 보험사에 대한 사무장병원의 보험금 편취 행위가 사기로 확정될 경우 수사기관에서 적발하는 사무장병원의 형사입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 보험사 보험사기조사팀(SIU) 관계자는 “이전까진 수사기관들도 판례가 없다보니 사무장병원의 형사 입건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불법 사무장병원의 보험금 청구 전체금액이 모두 보험사기로 인정된 판례만 생기면 금융감독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협조해 사무장병원 적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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