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신규업무 인가 증선위 통과 못해…연내 ‘발행어음 2호’ 좌절
미래에셋대우·NH證 지연원인 몰라 ‘쩔쩔’…증권업 선진화 발목 지적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연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의 ‘발행어음 2호’ 탄생이 무산됐다.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됐던 초대형 IB가 이미 출범했음에도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가 연달아 지연되면서, 지연원인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돼 증권업의 신뢰도를 외려 하락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증선위에서 재 논의키로 했다.

대주주에 해당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진행으로 심사자체가 중단된 삼성증권을 제외하고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의 제재가 끝난 후 NH투자증권을 포함해 연내 증선위의 심의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마저도 되지 않은 것.

최근 마무리된 금감원 제재에서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 금지에 대해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은 KB증권만 이번 증선위에 상정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같은 날 제재결과가 나온 미래에셋대우는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기관주의의 경징계를 받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던 NH투자증권이 여전히 금감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인가를 받지 못하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초대형 IB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인가가 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가장 갑갑하다”며 “이유로 거론되는 점들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아 사실상 새로운 정부의 시장개입 의지가 높다보니 본래 거론됐던 초대형 IB 시장을 열어주기 어려운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인가 심사는 금감원 소관이라 떠넘기고, 금감원은 심사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하며 인가 지연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당국이 주도한 정책임에도 정권이 바뀌면서 오히려 업 자체를 흔드는 꼴이 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비 국내 금융시장이 낙후된 것은 역동적이지 않은 은행권으로 모든 제도적 중심이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별다른 노력 없이 예대마진으로 대규모 수익을 얻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정책이 이뤄지다 보니 금융선진화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인가가 이처럼 지연될 것이었으면 한국투자증권도 함께 묶어 한 번에 업무를 열어줬어야 했다”며 “한투에 이어 인가가 늦게 이뤄지면서 증권사의 새로운 업무로 주목받아야 할 발행어음 사업이 반짝 이슈로만 부각됐고, 외려 인가가 늦춰지는 모습이 강조돼 초대형 IB를 비롯해 증권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고위 관계자 역시 “당국이 은산분리를 약속하며 인터넷은행을 출범시켰지만 은산분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이 초대형 IB도 비슷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업권 간 경쟁이나 현 정부의 은행중심 금융정책을 차치한다고 해도 지난 정권과 대비해 정부가 시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함에 따라 ‘시장주의’를 따르는 자본시장의 경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대형 IB를 통해 모험자본을 공급하라면서 증권사가 위험자본에 투자한 부분들을 문제 삼으며 인가를 지연시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결국 초대형 IB 추진의지 자체가 있지 않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