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 건강상태 ‘은퇴전보다 악화’

은퇴는 고령자의 삶에 경제적·심리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유발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은퇴는 정서적·시간적 여유를 통해 신체활동의 참여를 늘리고 흡연과 음주를 줄이는 등 신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은퇴자로 하여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65세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18.2년, 여성이 22.4년으로 65세 이후 평균적으로 20년 이상 생존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었음에도 실질 퇴직연령은 50세를 갓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경제적 준비나 건강에 대한 준비가 미흡할 경우 기대수명의 연장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설문결과 은퇴자는 은퇴 전과 비교해 건강생활습관은 좋아졌지만 본인이 생각하는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정신건강은 은퇴 후 평균적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본인의 주관적 건강상태를 매우 좋음(1)과 매우 나쁨(5) 사이에서 조사한 결과 은퇴 후 건강상태는 평균적으로 3.46으로 나타나 은퇴 전(2.43)에 비해 주관적 건강상태가 악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후 우울 증상의 수치 또한 은퇴 전과 비교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은 고령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정신질환 중 하나로 은퇴자는 정년퇴직이나 은퇴 등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실하고 경제적으로 자율성을 잃고 가구원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제적으로 노후대책이 준비되지 않을 경우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인지 기능도 저하돼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은퇴 전보다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우울증의 특성으로 간주되는 피로감, 수면장애, 신체적 문제 등은 고령자에게 당연히 발생되는 증상으로 생각해 우울증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이 방치되면 신체적·인지적·사회적 장애가 유발되고 전반적인 삶의 질 저하와 함께 자살까지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고령자가 경제활동 참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비자발적인 은퇴는 주관적인 건강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아직 연금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은퇴를 해도 생계형 창업을 하거나 단순노무직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고령자 통계에 의하면 2016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0.7%로 전년(30.6%)보다 0.1% 증가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은 것은 고령층이 일자리를 떠나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다.

보험연구원 이정택 연구원은 “조기은퇴자의 대부분이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으며 비자발적인 은퇴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면 이는 은퇴 이후 의료비와 건강투자비용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며 “은퇴자들은 중년층부터 고령층까지 연령의 폭이 넓고 은퇴에 이르게 되는 과정도 다양하기 때문에 집단별 특성에 맞는 건강관리가 필요하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공·사 건강생활서비스가 은퇴생활 전반에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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