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석 대표, 디자인 그만두고 아버지 따라 귀촌, 와인생산자로 변신 

무농약 재배한 과실 압착 않고 자연 해동시켜 과즙 채취해 와인 생산 

▲ 북 영동에서 블루베리로 와인을 빚는 ‘블루와인농원’. 사진은 그동안 이 와이너리에서 생산하고 있는 와인과 그동안 수상한 상장들 모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안토시아닌 등의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 식물이 블루베리다.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으로 만들어져 그 쓰임새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와인 생산의 메카인 충북 영동에선 캠벨포도를 대신해 와인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충북 영동군 호탄리에 자리한 블루와인농원. 지난 2004년 귀촌한 뒤 경쟁력을 갖춘 농업활동을 찾다가 2011년 블루베리 농사에 나선 곳이다. 현재는 디자인을 전공한 2대째 사장인 진경석 대표가 와인 생산 및 체험 프로그램을 주로 관리하면서 블루베리 관련 6차 산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6차 산업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과 가공하는 2차 산업, 그리고 농촌 체험 및 숙박을 연결시키는 3차 산업을 모두 합쳐 부르는 농촌 연계형 산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블루베리의 품종 수는 대략 240여 종. 그 중 블루와인농원에선 8종의 나무를 식재해서 연간 3톤의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특히 이 농원은 지난 2012년부터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블루베리를 생산해 여타 와인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처음 농가형 와이너리를 생각한 진 대표의 아버지는 캠벨 포도를 사용할 생각을 했으나 영동에 있는 40여 곳의 와이너리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로 블루베리로 과실 품종을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블루베리는 포도에 비해 수율이 낮다. 포도보다 수분 함유량이 낮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블루베리를 선택한 것은 건강식품으로서의 블루베리의 가치가 형성되고 있었고, 이를 와인으로 만들 경우 희귀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2013년부터 블루베리로 와인을 빚고 있는 블루와인농원의 진경석 2대째 사장. 사진은 진 대표가 블루베리 농원에서 과실의 특징을 설명하는 장면.

게다가 진 대표는 일반적인 와인 제조법인 ‘과실 압착’을 통해 즙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 제조를 할 수 있는 최소량을 수확할 때까지 급냉시킨 후 와인을 빚는 날 해동을 시키면서 원액을 얻어낸다. 즉 얼렸던 블루베리가 자연스레 녹으면서 자체 성분과 함께 즙을 내놓는 것이다. 이렇게 어렵게 얻은 원액으로 와인을 빚다보니, 한 해 수확량 3톤으로 고작 2200병(375밀리리터 기준)의 와인밖에 얻지 못한다. 

진 대표가 좋은 블루베리 와인을 얻기 위해 공들인 것은 즙 추출과정만이 아니다. 그는 블루베리 자체가 산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산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와인 담금용 효모로 실험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찾은 것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71B’ 효모. 산미는 줄이고 블루베리의 향과 단맛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달착지근한 양념이 사용된 고기류 안주, 혹은 치즈케익 등과 곁들여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와인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이와 함께 진 대표는 앞서 말했듯, 일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방식으로 블루베리를 키우고 있다. 따라서 원래 포도보다 생산단가가 높은데다, 여느 블루베리보다 원가가 높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블루베리라는 점에서 블루와인농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함께 방문한 유원대학교 와인 담당 유병호 교수의 전언이다.

한편 블루와인농원은 영동군 소재 40여 와이너리 중 유일하게 펜션을 겸비하고 있어, 숙박을 하면서 영동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와인 제조 면허 외에 증류주 면허까지 함께 가지고 있어 시범 증류 중인 블루베리 브랜디도 향후에는 시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블루와인농원은 작은 농가형 와이너리이지만, 영동 와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는 젊은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