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벤처, 혁신기업으로 신용공여 제한
업계, 과도한 규제로 금융발전후퇴 우려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1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 달 겨우 닻을 올린 초대형 IB(투자은행)들이 출항도 전에 풍랑을 맞고 있다.

총 5개 초대형 IB 중 한국투자증권 단 한곳만 주 업무인 발행어음 업무를 인가받은 상황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은행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 기업 신용공여 대상도 신생·혁신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혁신위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행정혁신 보고서 최종 권고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금융위는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혁신위 윤석헌 위원장은 “산업발전도 중요하고 IB를 키우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정책추진이 IB에 자본시장 기능 확충 대신 은행 고유업무인 수신 및 일반대출 업무 확대를 유인하도록 한 게 본질적 문제”라며 “IB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한 이러한 정책은 당초 취지인 자본시장기능 확충에 오히려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분투자, M&A 등의 자본시장 본연의 기능이 아닌 기업신용공여를 확대해 기업 대출 등 간접금융을 늘리도록 제도가 마련됐다는 것. 이 같은 증권사의 기업신용공여 확대는 국내 금융산업의 전업주의 원칙에 어긋나 규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IB의 대형화시 부실 대출 등으로 향후 대마불사로 인한 시스템리스크를 유발, 은산분리 규제에 반하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윤 위원장은 “초대형 IB가 한국금융 선진화에 필요한 직접 금융시장의 성장과 발전보다 이미 비대한 간접금융시장을 더 키우는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될 우려가 있다”며 “지분투자, M&A, IPO,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투자은행 고유 기능과 연관된 신용공여로 제한하거나 대상을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초대형 IB가 직접금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 유동성비율, 자기자본 규제 등 건전성 규제를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이 하고 있는 기업대출부분에 있어서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윤 위원장은 “기존에 타 업권에서 하지 못하는 걸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미 비대한 간접금융시장에 똑같이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혁신기업 벤처 등 위험자본 투자에 대해서는 금제하지 않지만 우려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초기에 오히려 강력한 규제를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위가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업무와 관련해 기업금융의무비율 적용, 유동성규제, 대손충당금 적립의무 강화 등의 조치를 마련한 것과 관련해서는 “현재 건전성 규제 수준에 대해 깊이 있게 평가하진 않았다”며 “대형 우량기업에 대한 대출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은행수준의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되, 현재 금융위의 규제수준을 적용해 향후 문제가 있다면 더욱 규제를 강화하는 등 신축성 있는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향후 초대형 IB가 비대해 질 경우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의 파급력이 있다고 보고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방어막을 치겠다는 입장인데, 업계는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금융발전의 후퇴를 가져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장벽이 무너지고 겸업화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신용공여를 은행의 고유 업무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은행과 경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옭좨 산업 발전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혁신위에 증권업 전문가가 없어 은행권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내용들로 혁신이 아닌 규제 강화 방향으로만 내용이 나온 것 같다”며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질 것이지만 위험인수 측면에서도 은행이 하지 못하는 초고위험 부분에 대해서만 증권사가 나서라는 것도 말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은행과 증권사는 경쟁구도로 가기 어렵고 규모나 조달금리 측면에서 경쟁이 불가능한데 산업 자체를 옭아매는 쪽으로만 정책이 치우쳐 안타깝다”며 “장기적인 국내 금융시장 발전 유도와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려면 허용해 줄 부분은 허용해 줘야 하는데 모험자본 투자 육성이란 대통령의 발언과도 금융권 정책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해 왔고 성장에도 타이밍이 있는데 이 같은 시기를 놓칠까 우려된다”며 “과거 자본시장법이 잘못된 규제로 10년간 제자리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초대형 IB 역시 규제로 인해 제자리 걸음을 할 경우 제자리가 아닌 증권산업이 10년 뒤로 후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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