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규제 강화 속 ‘부문별 협회 분리’ 뜨거운 감자 부상
운용부문 부회장제 도입 등 ‘운용사’ 표심 얻기 전략 눈길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투자협회 협회장 경선이 본격화 된 가운데 ‘운용업계’가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쥘 것으로 보인다.

일명 ‘낙하산’ 자리인 여타 금융권 협회장들과 달리 금융투자협회장은 회원사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되는데, 그동안 증권사 대비 분담금을 적게 낸다는 이유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운용사들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의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009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3개 협회가 통합해 출범했지만 대형 증권사들의 분담금 지분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는 만큼 협회 운영이 증권사 중심으로 이뤄져 운용사들을 비롯한 다른 업계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협회장 후보들이 ‘협회 분리’를 비롯해 운용부문을 대표하는 부회장제 도입 등의 공약을 잇달아 내놓는 것 역시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한 운용사의 표심 얻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협회장 선거의 의결권이 있는 정회원은 현재 총 241개사로 선물사 5개사, 신탁회사 등 11개사를 포함해 증권사가 56개사, 자산운용사가 169개사다. 1사당 1표의 균등의결권을 따져보면 증권사와 운용사의 표차이가 25%대 75%로 벌어졌기 때문.

실제 업계에서도 운용사들이 협회장 선거의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상대적으로 표를 많이 쥔 대형 증권사들의 의지가 반영된 협회장 선거가 대부분이었지만 특출한 후보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번 협회장 선거는 수가 급격히 늘어난 운용사들이 키를 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협회장에 출사표를 던진 4명의 후보들 가운데 권용원 키움투자증권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후보는 운용사의 표심을 이끌 공약을 핵심 안으로 내놨다.

우선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협회 분리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손복조 회장은 업권 간 이해상충 문제가 크고 회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의 도출이 어려워 증권, 운용, 부동산신탁, 선물 등 각 업권별로 협회를 분리하는 안을 내놨다. 협회 조직자체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 동일체로서 전문성과 기능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황성호 전 사장은 운용업계만 별도로 협회를 분리하는 안을 발표했다. 황 전 사장은 “운용 및 사모운용사가 170여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운용업계의 협회 분리·운용 요구가 크고 업권의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른 만큼 독립적 협회가 필요하다”며 “재임 중 자산운용협회의 분리, 독립을 당국과 협의해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 분리를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필요한 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은 협회 내에 각 업권별 부문대표제를 도입하는 한편 자산운용부문 부회장제를 도입해 독립적으로 서비스 및 사업계획 등을 운용토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전 사장은 “내건 공약 중 가장 핵심이 바로 자산운용부문 부회장제 도입”이라며 “쉽지 않은 문제지만 그동안 운용업계의 불만이 높았고, 같은 업권 내에서도 대형, 중형, 소형사 간 의견이 달라 중지를 모으기 어려웠던 만큼 각 업권을 비중 있게 다룰 수 있도록 협회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사당 균등의결권 반영이 전체의 40%로 나머지 60%는 회비 분담율에 따라 비례의결권을 반영하는 만큼 여전히 증권사의 입김이 셀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운용업계의 표심을 얻어 회장이 된다고 해도 협회 분리나 부회장제 도입이 실현가능한가의 문제와, 현재 금융당국의 정책이 금융투자업계에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 협회를 쪼개 힘을 분산시키는 게 옳은 것이냐는 일부 주장도 제기된다.

다만 이번에 운용업계가 실질적인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선다고 하면, 사모펀드운용사의 진입요건이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재차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는 만큼 다음번 선거에서는 아예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내년 1월 4일까지 후보를 공모해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복수의 최종후보자를 선정, 내년 1월 25일께 회원총회를 통해 4대 회장을 선임할 계획이며, 총회 종료 후 선임 결과와 함께 득표율이 공개된다.  

황영기 금투협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3일까지며, 신임 4대 금투협회장 임기는 2018년 2월4일부터 2021년 2월 3일까지로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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