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고정비 지출로 대형사 중 ROE 4.9% 최하
기업여신 확대 등 레버리지비율 전년比 113%p↑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KB증권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올해 3분기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에서 모두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가 10대 증권사 가운데 꼴찌인 4.9%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레버리지(부채) 비율 역시 지난해 말 대비 113%포인트 늘어나며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이고 있기 때문.

올해 통합 1년차로 과거 대비 견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증권 시절부터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한 ‘지점’의 높은 고정비 지출이 통합 이후에도 수익성 개선에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9월 말 4.9%의 ROE를 기록했다. ROE는 외형 대비 수익창출 규모를 알 수 있어, 초대형 IB(투자은행) 출범을 목표로 외형을 늘린 증권사들의 실질적인 성적표를 가름할 수 있는 지표다.

3분기 가장 높은 ROE를 기록한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13.3%를 기록했고, 초대형 IB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이 12.1%로 유일하게 10%대를 넘어서며 선전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12.0%로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NH투자증권이 8.0%, 삼성증권 6.7%, 미래에셋대우 6.2% 순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 평균 ROE가 8.0%인 점을 감안하면 KB증권은 평균의 절반 수준을 겨우 넘어선 셈이다.

지난해 합병 과정에서 회계 상 대부분의 부실을 털어내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통합 원년인 올해 들어 전 부문에서 고른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지점으로 나가는 큰 고정비의 수익구조를 탈피하지 못한 점이 ROE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KB증권의 9월 말 기준 총 영업순이익은 7057억원으로 합병 전 수익규모 회복 수준을 넘어 서고 있는데, 위탁매매 실적을 반영하는 수탁수수료가 2139억원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증권 시절 넓은 지점망을 바탕으로 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었던 만큼 증시상승에 따른 수익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과거 대비 리테일 수익이 줄어드는 추세인데다 시장에 따른 변동성이 큰 만큼 수익축이 IB나 WM부문으로 옮겨가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장점이 외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실제 9월 말 기준 KB증권의 국내지점은 110개로 미래에셋대우(16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자기자본 규모가 비슷한 여타 초대형 증권사들의 국내지점이 80개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30개 정도가 많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인건비, 임대료 등을 포함한 판관비가 3분기 말 기준 4800억원으로 총 영업순이익의 67.8%를 차지했다. 초대형 IB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영업순이익 대비 판관비 비율은 61.2%, 미래에셋대우 60.9%, NH투자증권 57.1%, 한국투자증권 44.0%를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증권 시절부터 대형 증권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점이 많다보니 고정비 지출이 높아 수익성이 좋지 못했다”며 “합병 이후에도 이 같은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못한 점이 ROE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선된다”라고 말했다.

레버리지 비율 증가도 초대형 IB 성적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KB증권의 레버리지 비율은 748.1%로 지난해 말 635% 대비 113%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가 785%에서 718%로, NH투자증권이 872.9%에서 807.6%로, 삼성증권이 751.9%에서 727.0%로 감소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들 증권사는 초대형 IB 추진으로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과 실적개선에 따른 이익잉여금 증가로 레버리지 비율이 감소했으며, 다만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며 이익잉여금이 감소하면서 레버리지 비율이 710.7%에서 792.1%로 증가했다.

 

KB증권의 레버리지 비율 상승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으로 IB업무를 늘리면서 올해 기업여신 규모가 9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전체 대출채권 규모가 전년 대비 1조5000억원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ELS(주가연계증권)의 발행규모가 소폭 상승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레버리지 비율은 총자산 대비 부채 의존도를 나타내는데, 초대형 IB 도입을 위해 건전성 지표인 NCR(순자본비율)의 자본 여력 활용도를 높이면서 과도한 차입을 막기 위한 건전성 보조 지표로서 도입됐다.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기준인 1100%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KB증권의 수익성이 낮은 만큼 이를 확대하기 위해 위험투자가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발행어음 업무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위험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수단이 대부분 차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B증권의 올해 3분기 신용공여 규모는 2조7762억원으로 전년 대비 6540억원 늘었고, 특히 기업여신은 같은 기간 8821억원 증가한 1조4898억원으로 초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업계 전문가는 “부채비율 증가는 기업여신 확대에 따른 대출채권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증시 상승으로 ELS의 조기상환이 크게 늘어난 것 대비 발행규모가 전년보다 1000억원 정도 늘어난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RP매도, ELS 발행 등이 증권사의 대표적인 차입방법으로 ELS 발행이 늘어날수록 부채비율은 올라간다”며 “다만 레버리지 비율은 건전성 지표의 보충적 지표로 NCR(순자본비율)과 함께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진 않고, 900%를 넘어설 경우에는 과도한 차입이 문제가 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부서 등을 통해 위험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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