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돈 여유 있는 단카이 세대 ‘은퇴는 새로운 시작’
침체됐던 소비시장 살리며 경기회복의 동력으로 작용

지금 일본은 ‘새로운 어른(新しい大人)’의 출현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가진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적극적인 활동이 침체됐던 소비시장을 되살리고 초고령사회 일본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일본에 등장하기 시작한 ‘새로운 어른’의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의 ‘새로운어른 문화연구소(新しい大人文化硏究所)’ 사카모토 세쓰오 총괄프로듀서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일본은 지난 200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초고령사회는 힘없는 노인들로 가득 찬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본에 등장한 ‘새로운 어른’들은 이런 편견을 과감히 깨고 있다.

현재 60대 초·중반인 단카이 세대는 그 특성상 새로운 어른에 가장 가까운데 이들은 새로운 문화와 문물에 뒤처지는 노인이 아닌 조금 비싸더라도 더 좋은 것을 사고 자신의 시간을 즐기며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것에 도전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단카이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에게 들어서 기분 좋은 말로 ‘생기발랄하다’, ‘센스가 좋다’를 응답한 비율이 높은 반면 ‘성숙한 사람이다’를 꼽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새로운 어른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가 만들어내는 변화는 초고령사회 일본을 흔들어놓을 만큼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시간과 돈이 있는 중·노년층이 제2의 인생을 즐기고자 여행길에 나서면서 JR규슈를 비롯한 일본 철도회사 수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JR규슈의 호화관광 열차 ‘세븐스타스 in 규슈’는 3박 4일 일정으로 규슈를 둘러보는 크루즈 열차의 1인당 비용은 48만엔(약 462만원)에 이르지만 예약 경쟁률이 30대 1에 달한다. 열차 여행자의 평균 연령은 52세로 50~60대 여성들이 친구끼리 함께 가는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바이크가 팔리기 시작하며 제3차 바이크 붐도 일었다. 새로운 어른 중에는 은퇴 후 시간과 돈의 여유가 생기자 과거 동경의 대상이었던 100만엔 넘는 ‘할리 데이비슨’을 사는 ‘리턴 라이더’가 등장했다.

새로운 어른은 기존의 중·노년 세대와 다른 경제관을 갖고 있는 점 또한 기존 세대와 다른 모습이다.

예전 일본의 70대 이상은 퇴직금을 받으면 무조건 저축으로 쌓아두었지만 단카이 세대는 투자에 적극적이다. 5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투자 마인드가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들로 구성된 새로운 어른은 돈을 불리기 위해 투자를 하고 불린 돈은 활기찬 삶을 위해 여행, 취미생활에 과감히 쓴다.  

사카모토 총괄프로듀서는 새로운 어른의 독자적인 문화가 생겨난 배경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크게 달라진 사회적 배경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카모토 씨는 “태어난 단카이 세대와 그 이전 세대는 인종이 다르다고 비유할 만큼 다른 세대다. 현재 70대 이상인 단카이 세대 윗세대들은 중매로 결혼을 했고 단카이 세대부터 연애결혼이 대세가 됐다”며 “결혼 방식의 변화는 여성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여성, 아내의 주체성이 생기며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해야 하고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유교적 가치관이 힘을 잃으며 성숙하고 나잇값을 해야 하는 웃어른이 될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 ‘고령사회 대책대강’을 개정하며 고령자를 지원 받는 쪽에서 지원하는 쪽으로 의식 전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어른 문화연구소는 “일본의 새로운 어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젊은 세대를 지원할 수 있다면 일본 사회의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나이 많은 여성이 젊은 여성의 육아를 지원하거나 중·노년 선배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의 창업을 돕고 프리터족과 니트족의 취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26년이면 우리나라도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에서 등장한 긍정적이고, 문화 친화적이고 투자에 적극적인 새로운 어른은 미래 한국 노인의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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