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휴머니티 강조하며, 2018 신년사 통해 참여형 플랫폼 주문

‘손님의 기쁨’이라는 업의 본질 읽어내 금융서비스 적용하자고 강조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금융업의 본질을 꿰뚫는 휴머니티에 기반한 창의적 사고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연말, 그룹 출범 12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말이다. 아무리 기술이 중심인 사회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중심이라는 사실엔 변화가 없고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더욱 기술에 둘려 쌓이게 되었지만, 금융의 소비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인식의 지점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지에 대해 더 창의적인 생각을 모아보자는 주문이다.  

김 회장의 ‘휴머니티에 기반한 창의적 사고’가 2018년 신년사에서는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디지털을 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형 금융회사는 핀테크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각각의 금융서비스를 쪼개어지는 언번들링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한 김정태 회장은 그래서 참여형 플랫폼만이 금융회사가 살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그림 창작을 연결시켜주면서 SNS를 통해 전 세계 1500개 도시로 퍼져나간 ‘페인트 나이트’의 사례를 든 김 회장은 각종 금융서비스를 온·오프에서 연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강조한 것이다.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을 거친 모든 사람들이 플랫폼을 놀이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의 최근 연이어 말하고 있는 휴머니티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등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있는 핵심 기술들이 현재의 수준보다 100배 쯤 발전한다고 해서 돈을 빌리고 카드를 결제하고 신용장을 개설하는 주체가 인공지능일수는 없다. 물론 홍콩의 한 투자자문사처럼 인공지능을 이사역으로 인격을 부여해 각종 의사결정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경영상의 최종 의사결정은 사람의 몫이다. 이는 지금이나 100년 뒤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기술이 빛나는 순간은 그 기술이 인간을 더욱 빛나게 할 때였다. 증기기관이 만들어진 이후 그 기관을 이용해 자동차와 기차와 기선이 만들어졌을 때 사람들이 환호한 것은 쇳덩이로 만들어진 기계의 웅장한 위용이 아니라 그 기계가 인간에게 전해줄 가치였다. 거리를 줄여주고 인간과 마소의 능력을 뛰어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계는 인간을 더욱 자유롭게 만들어줬던 것이다.

휴머니티의 가치는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때 발현되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피렌체의 예술가들이 당대의 세계관인 신학에 눌려있지 않고 인간에 주목한 것은 신학으로 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참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유지해온 인간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면서 인간 스스로가 더 자유롭게 된다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이 지점에 르네상스의 위대함이 실려 있다.

알고리즘이 세상을 좌우하는 문법이 되었고 기계가 그 문법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었지만. 여전히 관통하는 것은 그 문법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김 회장의 휴머니티론은 신학의 위세가 강력했던 17세기, 데카르트가 말한 ‘인간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간의 입장’에 근거한다. 신년사에서 김 회장은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먼저 업의 본질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이어 휴머니티에 입각한 기업문화의 정착을 주문한다.

업의 본질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즉 고객의 기쁨이다. 그 기쁨을 전달하는 미디어가 각종 기술과 그 기술의 집적체인 기계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김 회장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고와 방식을 원하고 있다. 김 회장이 말하는 플랫폼이 진정한 놀이터가 되기 위해선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읽어내야 하고, 그것은 온전히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