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0년만에 흑자 기록한 후 3년 연속 흑자, 2017년 매출 150억 전망

지난해 연말 기존 증류라인 옆에 신규 라인 증설, 생산량 3배 이상 늘어

▲ 화요에선 총 5종의 소주를 내고 있다. 2005년 첫 소주는 알코올 도수 25도와 41도의 소주였다. 사진은 왼쪽부터 17도, 25도, 41도, 53도, 53도 용문주병, 엑스프리미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우리의 증류 소주는 제도의 벽에 가로막혀 새까맣게 잊혔던 역사를 한 사람의 ‘뚝심과 고집’으로 되살려낸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 96%의 주정을 만들어 희석시킨 소주가 대세인 나라에서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즐겼던 증류 소주를 만든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가격. 증류 소주는 제조단가에서 희석식 소주보다 최소 7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단한 노동의 끝에 하루를 마감하던 소시민들이 값비싼 증류 소주를 찾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희석식 소주에 증류 소주는 한참동안 얼굴이 가려져 있어야했다.

그런데 광주요를 2대째 이끌고 있는 조태권(70) 회장의 시선은 달랐다. 한국자기, 행남자기 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자기업체로 성장한 광주요. 자신들이 만든 자기에 담든 것은 우리 땅의 음식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잠겨 있던 조 회장은 우리 술을 생각해 낸다. 일부 무형문화재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증류주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어쩌면 광주요의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증류주 전문 술도가인 화요의 설립시점인 2003년. 그 당시까지 증류 소주를 아이템으로 상업주조를 하던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전통주도 되살려낸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라, 조 회장의 관점에서 자신들의 자기에 담을만한 술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불로써 다스려진 존귀한 술(화요, 火堯)’이 만들어진다.

경기도 이천 땅에 증류를 전문으로 하는 소주회사가 창립된 사연이다. 그렇게 만든 술도가 ‘화요’는 창업 5년간 10억원대 매출에 그치고, 심지어 10년간 누적적자만 100억원을 넘기게 된다. 2009년에는 삼성동 사옥을 팔아 힘든 시절을 넘겨야 했다. 그리고 2015년, 창업 10년만에 처음으로 5억원 가량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매출 109억원을 돌파한다.

이렇게 일궈낸 흑자가 올해로 3년째다. 2017년 매출은 대략 150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연말 이천의 화요 제조장을 찾았을 때의 느낌은 활기에 넘쳐 있었다. 그래서 떠오른 단어가 ‘공격적’인 화요다. 

처음 증류 소주를 상업적으로 접근하면서 화요는 감압식 증류방식을 채택한다. 일상의 압력보다 낮춰 증류하면서 증류 원주의 불맛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요는 증류 원주를 자신들의 특성에 맞춰 옹기에서 3개월가량을 숙성시킨다. 맛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선택이다. 당시 화요는 2톤 규모의 증류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화요는 기존 라인 옆에 5톤 규모의 새로운 라인을 만들고 있었다. 이 자체만으로 공장규모는 3배 이상 키우는 투자인 것이다. 기존 설비만으로 연간 1000킬로리터 규모의 증류를 해낼 수 있었다면 신규 증류기를 통해 3500킬로리터 이상의 증류 규모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우리가 750밀리리터 병으로 환산하면 연간 450만병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가 된다.

한창 신규라인을 증설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그림은 화요 41도와 53도였다. 화요가 생산하는 증류주는 총 5종이다.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술을 낸 2005년 41%와 25% 소주를 출시했고, 2010년 젊은이들이 좋아할 17%의 술을 낸다. 그리고 2013년 오크통에서 5년 숙성시킨 엑스프리미엄(XP)을 낸 화요는 2015년 53%의 소주를 출시한다. 그리고 2016년에는 중국의 유통업체와 화요의 중국 채널 계약을 체결한다. 2005년 이후 10년의 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화요가 신규 라인을 증설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공세적 전략과 함께 연간 20% 이상 성장하는 국내 증류소주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졌다.

▲ 경기 이천에 소재한 화요. 2003년 증류소주를 처음으로 상업화하면서 2톤 규모의 증류기를 설치하고 끈기와 고집으로 시장을 만들어냈다. 사진은 화요 제조장 지하에 있는 숙성 옹기들 모습.

화요의 술을 접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순한 목넘김을 첫째로 친다. 증류소주의 대중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술맛이므로 화요는 ‘대중의 입맛’을 가장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로 잡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출시한 술 5종은 모두 그 틀 안에 담겨 있다. 중국 백주와 경쟁할 53%의 화요도 그렇고, 위스키와 경쟁할 오크통 5년 숙성의 41%의 엑스프리미엄도 그렇다. 모두 순한 목넘김과 향을 전달하고 있다. 증류 소주 시장을 개척하고 조성한 노고에 대해 우리가 한번쯤 ‘화요’에 대해 고마움을 느껴야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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