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협회 오정규 교육홍보팀장

 

제천화재로 또다시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수의 사망자가 화재와는 무관할 것 같은 목욕탕 안에서 발생해서인지, 일상에서의 위험관리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한때 경영관리의 한 수단으로 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위험관리가 이제는 우리사회 전반에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대형사고, IMF 금융위기, 4차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급속한 산업환경의 변화 등이 초래한 현상이다.

위험관리는 통상 위험의 확인, 분석 및 평가, 제어방법의 선택, 실행, 결과평가 등의 절차를 가지며, 방법론적으로 경제적 위험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의의 위험관리와 모든 위험을 아우르는 광의의 위험관리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관리와 가장 밀접한 산업이 보험이다.

기업에서 발생 가능한 위험을 금전적 보상을 통해 전가할 목적으로 시작된 보험산업은 태생이 위험관리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전통적으로 위험관리를 통한 이익 증대와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사후 보상 뿐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사전 방재활동으로 손해발생의 경감을 위해 노력해 왔다.

방재활동은 위험관리 분야에서 손해발생 확률을 줄이고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위험에 대처하는, 위험제어의 기술적인 방법과 활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73년 대연각호텔과 시민회관 화재참사 등 당시로서는 충격적이었던 대형화재 발생을 계기로 설립된 한국화재보험협회다.

당시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는 대형건물인 특수건물에서의 화재 시 원활한 보상을 위해 의무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손해보험사로 하여금 방재전문기관인 화재보험협회를 설립해 사전예방기능을 담당토록 했다.

화재보험협회가 국내 손해보험사의 기술 풀(Pool)로서, 건물 소유주와 손해보험사가 필요로 하는 방재기술 자료를 다양하게 연구, 개발해 이를 실무에 반영하게 한 것이다. 즉, 손해보험사 위험관리의 한 축을 담당함과 동시에 국가 방재기술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손해보험의 순기능을 수행토록 한 것이다.

이러한 순기능적 효과는 특수건물에 대해 화재보험협회가 매년 실시하는 안전점검 결과 방화시설의 양호율이 지난 1999년 69.3%에서 2016년 82.9%로 개선된 분석자료에서도 알 수 있다.

그동안 경제규모가 날로 커지고 산업이 고도화, 복합화, 다양화됨에 따라 방재활동의 중요성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글로벌경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경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업들에게 대형사고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사를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형사고는 직접적인 인적, 물적 피해 뿐 아니라 생산능력 저하 등 간접적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 방재활동은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손해보험산업에 위험관리의 일환으로 방재활동의 개념이 도입된 지 거의 반세기가 됐다. 그동안 국내 손해보험사와 화재보험협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방재활동에 대한 인식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방재활동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인식하는 기업이나 특수건물 소유주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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