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의 높은 장벽으로 성과 무소식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 선행 돼야”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국내은행과 핀테크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 전략이 지지부진하다. 해외 금융시장의 높은 벽, 국내 핀테크기업의 기술 다변화 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업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주요은행들은 핀테크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 사례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핀테크 기술력과 은행의 자본 및 경험을 접목해 해외로 진출하겠다던 금융당국과 각 은행장들의 청사진 실현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은행 한 관계자는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기업을 위한 지원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과 함께 동반 해외진출을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아직 핀테크기업과 은행 간 시너지 창출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과 핀테크기업의 해외 동반 진출이 성사되지 못한 이유로는 해외 현지시장의 장벽이 꼽힌다.

우선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시장이 우리보다 발달해 있어 틈새시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 핀테크기업의 기술이 혁신적이라고 해도 국내은행의 금융시장 진입이 선제되지 않아 동반 진출은 무리가 따른다.

국내 다수의 은행이 자리 잡고 있어 동반 진출을 고민해 볼만한 중국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아 모바일 등 핀테크 중심으로 지급결제 시장이 크게 발달해 있어 국내 핀테크기업의 구미가 당기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 등 간편 결제 플랫폼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기업이 보유한 지급결제 관련 기술로는 진출에 어려움이 따른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급결제 시장의 발달과 함께 대규모로 성장한 중국 핀테크기업과 아직 소규모인 국내 핀테크기업이 경쟁하기 힘들다”며 “지급결제 기술 이외의 다른 혁신 기술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신흥국이나 동남아 시장도 진출을 모색하기 쉽지 않다.

동남아 시장은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를 뚫어야 하는 가운데 먼저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중국 핀테크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도 놓여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핀테크 데모데이 개최 등의 핀테크기업 관련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다”며 “한국 금융산업이 포화한 가운데 핀테크기업이 신흥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은행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은행과 핀테크기업의 해외 동반진출은 2015년 이후 꾸준히 강조돼 왔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경험과 자본력, 핀테크기업의 혁신기술을 조합해 해외 시장에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금융회사가 핀테크기업과 해외고객을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맡고, 핀테크기업은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핀테크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이에 국내 은행장들은 핀테크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