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월 500병 생산하는 공장 파주에 설립, 초도 물량 중국 수출 

삼해주 교육 및 체험하는 공방도 북촌에서 공간 늘려 지난해 연말 이전  

▲ 삼해소주 체험 공방에서 아카데미 수강생을 교육하고 있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김택상 명인과 소주의 맛을 새롭게 느껴 부인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됐다는 재미교포 폴 백씨.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서울의 대표 전통주인 삼해소주가 체험 중심의 공방체제를 벗어나 파주에 제조장을 마련하고 상업화의 시동을 걸었다. 또한 북촌의 체험 공방(삼해소주가)도 삼해주 애호가 및 해외 관광객들이 보다 편하게 삼해주를 시음할 수 있고, 정체성까지 돋보일 수 있는 창덕궁 인근으로 확장 이전했다.

삼해주의 제조장 마련은 서울시 무형문화재인 김택상 명인(65)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북촌 등 종로구 일원은 지구단위계획에 의거, 일체의 공장이 들어설 수 없어 전통주인 삼해소주도 북촌에 제조장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 이에 따라 김 명인은 제자들과 함께 장소를 물색하다 지난해 8월 파주에 제조장을 결정하고 북촌의 공방과 함께 이원 체제로 삼해주 제작에 나서게 됐다. 

파주 공장의 의미는 술 빚는 환경(온도 및 장소)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고 대규모 양조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촌의 공방에선 아카데미 교육 및 자체 체험 프로그램용으로 술을 빚어 대략 한 달에 150병 정도의 삼해소주를 증류해 왔는데 이는 공방을 찾는 외국인과 삼해주 애호가의 수요를 맞추는데도 빠듯해, 전통주 관련 주점의 수요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별도의 제조장을 마련해 본격적인 상업양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틀을 만든 셈이다. 물론 문배주 및 안동소주처럼 대형 자본이 투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격적인 상업양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둥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삼해소주 제조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택상 명인 제자 김현종 씨는 “공장을 별도로 냈다고 해서 생산량을 대폭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업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문화의 연장선에서 삼해소주를 시장에 낼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삼해소주 생산량은 한 달에 대략 500병 정도.

▲ 파주 삼해소주 공장을 관리하는 김택상 명인의 장제자 김현종씨가 자신이 빚은 술을 교반하는 모습. 김 씨는 전 공정을 손으로 하는 만큼 파주 공장에선 월 500병 정도의 소주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독막골과 공덕·염리동 등 일대에서 빚어지던 서울의 술 ‘삼해주’가 서서히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고 있고, 주당들이 그 술맛에 반해 전통주 전문 주점에서 찾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김현종 씨는 이 정도가 현재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술을 빚을 수 있는 규모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대형 술도가처럼 기계를 도입해서 술을 빚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손으로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하는 만큼 물리적 한계가 있고, 술맛의 일관성을 위해서도 급격한 제조 환경 변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9월부터 빚기 시작한 파주 공장의 삼해주는 저온 장기 숙성을 거쳐 신년 들어 소주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중국으로 수출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전통주 주점에서 삼해소주를 쉽게 찾아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삼해소주는 일반 버전이 알코올 도수 45%인데다 국화와 귤, 상황버섯, 포도 등을 넣은 술을 증류한 버전들은 모두 50%의 고도주다. 또한 두 번 증류해서 70%를 넘긴 귀주까지 포함하면 모두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알코올 도수이며 술맛 또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삼해소주를 찾은 중국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초도 물량은 거의 전량 중국에 수출될 예정이라는 것이 김현종 씨의 설명이다.  

한편 취재를 위해 창덕궁 인근의 공방을 찾은 날, 삼해소주 양조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김택상 명인이 직접 자신의 양조 기술을 알려주고 있었다. 희석식 소주 맛에 구태여 소주를 찾아 마실 생각이 없다는 재미교포 출신 폴 백(35, 제일기획 근무)씨는 처음 공방을 찾아 마신 삼해소주 맛에 흠뻑 빠져 결국 문화생이 돼 술빚기를 하고 있다고 자신이 술을 빚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을 공부했다는 김원희(45)씨도 지난해 연말 우리술대축제에서 이 소주를 마시면서 소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한다. 별다른 유통채널도 없고 생산량도 적어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삼해소주가 상업양조의 시동을 거는 까닭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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