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손질, 비갱신 담보 늘리고 진단비 가입한도 증액
6% 불과한 M/S 단계적 확대 예상…판도 변화 불가피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삼성화재가 상품경쟁력을 강화하며 외부 설계사 조직인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 공략에 돌입했다.

그간 보수적인 상품 전략으로 GA채널의 외면을 받아왔지만 장기 보장성보험의 주요 판매채널로 부상한 GA채널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이달부터 GA채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장기 보장성인(人)보험의 대대적인 상품 개정을 실시했다.

먼저 주요 질병 대한 진단비나 수술·치료비, 입원비 등 29종의 담보를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삼성화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갱신형 담보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다.

일정 시점마다 보험료가 오르는 갱신형 담보와 달리 비갱신형 담보는 보장기간(만기)이 끝날 때까지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다. 즉 주계약이 100세 만기라면 만기까지 보험료 인상이 없는 특약이 많아진 것이다. 일종의 보험료 인하로도 볼 수 있다.

100세 만기, 80세 만기로만 가입할 수 있던 세만기형 상품에 90세 만기도 추가했다. 보험 상품은 보장기간(만기)이 길수록 비싼데 90세 만기가 추가되면 100세 대비 저렴한 보험료로도 설계가 가능해진다.

가입금액도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 등 주요 진단비를 최대 1억원(비갱신형 5000만원 한도)까지 확대했다.

손해보험업계가 자율적으로 정한 진단비 합산 가입금액 한도가 무색한 수준으로 가입금액을 끌어올린 셈이다.

삼성화재의 이번 상품 개정은 장기 보장성 인보험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판매채널로 성장한 GA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는 GA채널의 판매경쟁력을 높이고자 GA사업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GA채널을 통해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한 보험계약의 월납초회보험료는 월평균 170억원, 연 2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채널에서 경쟁사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약 13~15%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타 손보사들이 GA채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가운데 삼성화재만큼은 전속 채널을 기반으로 한 영업에만 힘을 쏟아온 결과다.

업계도 삼성화재의 이번 상품 개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GA채널에 대한 손해보험업계의 장기보험 판매 의존도가 40%에 근접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삼성화재의 GA 공략이 가시화될 경우 시장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간 GA시장에서 삼성화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이유는 기존 전속조직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번 상품 개정은 무시할 수 없는 조직으로 성장한 GA채널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단계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판매 인센티브(시책)를 높일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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