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은행들이 가상통화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가상계좌를 가상통화 취급업자(거래소)에 제공한 대가로 지난해 수수료 수익 22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인 목적을 위해 설립된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의 수수료 수익이 1, 2위에 올랐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 국회 정무위)이 1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대한 은행 수수료 수익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소 관련 수수료 수입은 22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의 6100만원 대비 36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연말에 가상통화 거래가 폭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작년 연말에 웃지 못 할 수수료 수익 특수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용진 의원실 측은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수수료 1000원을 책정하면 은행이 300원을 가져간다고 가정할 때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작년 한해 수수료 수익은 약 74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수료 수입은 사실상 가상통화 거래자들이 은행에 낸 돈이다. 

시중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대신 거래소로부터 입금 건당 200~300원씩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거래자가 자금을 출금할 때 거래소에 더 비싼 수수료 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거래자가 은행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한 대형 거래소는 1000만원 이하 출금에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10만원을 출금하든 1000만원을 출금하든 수수료 1000원을 내고, 10만원을 두 번 출금하면 1000원씩 두번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므로 거래소는 은행에 내는 가상계좌 입금 수수료 이상을 벌어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들은 가상계좌라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가 폭증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 담당자는 다른 업무와 함께 가상계좌 업무를 보고 있고 가상계좌 시스템도 은행의 전체 시스템에 포함돼 있어 별도의 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지난해 수수료 수입을 가장 많이 벌어들인 은행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었다. 최근 다크호스 거래소로 떠오른 업비트에 가상계좌를 준 기업은행은 가상계좌 수수료를 건당 300원으로 책정해 총 6억7500만원 수입을 벌어들였다.

최대 규모인 빗썸과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내준 농협은행의 수수료 수입도 6억5400만원에 달했다. 빗썸과 후발 거래소 4곳에 가상계좌를 제공한 신한은행 역시 연간 6억21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벌어들였다. 국민은행의 수수료 수입은 1억5100만원, 산업은행이 6100만원, 우리은행이 5900만원 순이었다.

지난 1월 5일, 박용진 의원이 발표한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금’ 자료에 대해 농협 등 은행의 해명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은행들은 수수료 수익이 거의 없다며 해명했는데 이것이 사실상 거짓이라는 것이다.

박용진 의원은 “그간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도 고객 보호차원에서는 나몰라라 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농협, 기업은행 등이 수수료 수익에만 치중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며 “공정한 검사를 통해 불법, 위법행위가 없었는지 확인함과 동시에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용진 의원은 금융위 FIU와 금감원이 실시한 국내 6개 은행에 대한 가상통화 관련 금융거래시 자금세탁방지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보고를 18일, 1차적으로 받았고 향후 2차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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