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8 11:15 (수)
[응답하라, 우리술 65]삼해주 전통 깃든 마포에 둥지 튼 ‘미스터리 브루잉’
[응답하라, 우리술 65]삼해주 전통 깃든 마포에 둥지 튼 ‘미스터리 브루잉’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8.01.2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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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부흥의 마중물 역할한 이인호·이승용 대표 공동 창업

‘비어포럼-사계-파이러스’로 이어지는 크래프트 맥주 씬 확장판

▲ 마포 독막길에 위치한 미스터리 브루잉의 브루펍 내부 전경.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이인호 대표는 17톤에 달하는 양조시설의 규모를 줄일 수 없었다고 말한다. 돈보다 좋은 맥주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까닭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술을 양조하는 것은 인간사의 많은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다.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희로애락을 나누는 매개체로서의 술은 때론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마법처럼 고요 속에 가라앉히기도 한다. 술이 갖는 마력, 혹은 매력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만드는 사람은 술 그 자체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좋아하다보니 술을 나누고 싶고, 그래서 직접 빚어 마시다가 결국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술을 맛보이고 싶어 술도가를 여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과 함께 ‘하우스 맥주’라는 이름으로 수제맥주 산업이 국내에 조성되기 시작했지만 실질적으로 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의 일이다.

주세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소규모주류면허를 갖고 있는 맥주 양조장들이 외부 판매가 가능해지고, 그만큼 시장이 넓어지면서 자본과 사람이 유입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수제맥주 산업의 저변을 넓힌 사람들은 앞서 말한 술을 좋아 맥주를 찾아 마시고, 직접 공방에서 술을 빚고,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면서 맥주의 지평을 넓힌 사람들이다.

국내 최대의 맥주 관련 정보나눔터라고 말할 수 있는 ‘비어포럼’. 이곳도 그 중 한 곳이다.

2012년부터 자신들이 마시고 빚어온 맥주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한 비어포럼은 어찌 보면 국내 크래프트 맥주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비어포럼에 참여했던 많은 맥주 마니아들이 현재의 크래프트 맥주 업계에서 주요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한 사람이 비어포럼에 이어 ‘사계’와 ‘파이러스’라는 펍을 운영하다 지난해 중반 마포 독막길에 브루어리를 낸 이인호 대표다. 

▲ 미스터리 브루잉은 위탁양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인호 대표와 퐁당의 이승용 대표가 합작으로 설립한 양조장이다. 사진은 이들이 빚는 맥주가 발효숙성되는 발효조들의 모습.

10여년 전 시무식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가면서 눈길이 마주친 에딩거하우스의 ‘독일식 밀맥주’ 광고판이 그를 2년 동안 대형마트를 뒤지며 매일같이 수입맥주 2리터를 마시게 하고, 급기야는 ‘맥만동(온라인 수제맥주 동호인 모임)’에 가입해 수제맥주를 직접 만들게 할지 그는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맥주에서 ‘희열(Bless)’을 느꼈고 맥주에 몰입하면서 ‘직업’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됐다.

맥주에서 기쁨을 얻었던 만큼 맥주에 집중하게 됐고, 2012년에 만든 ‘비어포럼’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것도 그때 즈음. 본격적인 수제맥주 비즈니스를 위해 비어포럼 공동대표들과 함께 참여해 이태원에 수제맥주 전문 펍 ‘사계’를 열었고, 그 중 일부가 다시 ‘파이러스’를 만들었다. 각각 수제맥주와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 맥주를 근간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같았다.

하지만 다른 양조장의 기술과 시설을 빌려서 맥주를 빚는 위탁양조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맥주에 대한 더 큰 ‘자유’와 ‘책임’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사우어맥주 전문가로 업계에 알려진 퐁당 이승용 대표와 도심 한가운데 브루펍을 만든다. 그것이 독막길에 있는 예전 건보공단 사옥 1층에 둥지를 튼 ‘미스터리 브루잉’이다. 

조선시대 한양의 물류중심 마포 나루와 도성에 술을 공급했던 술도가들이 밀접해 있던 독막길에 술의 내용은 다르지만 손으로 직접 빚는 지역 양조장이 들어선 것이다. 이인호 대표는 마포 도심에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브루어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발효주이기 때문에 효모가 살아 있는 생주를 그 지역사람들과 나눈다는 것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는 여타 브루펍과 달리 음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좋은 맥주의 맛을 살리려면 음식도 좋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태리 음식을 전문으로 내걸고 있는 점과 셰프만 6명에 달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대표가 얼마나 음식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여름 오픈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미 수제맥주 업계에는 술맛이 파다하다. 휴일에는 지역 주민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펍을 들린다고 이 대표는 귀띔한다. 

도심에서 손으로 빚은 좋은 맥주 한잔이 그립다면 미스터리에서 빚는 13종의 맥주를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크래프트 맥주의 원형을 살리려는 미스터리의 노력이 술맛에 잘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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