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화청 “블록체인 생태계 속 관리 역할 주어질 것”

향후 10년 내에 블록체인 시스템이 대다수의 금융권에 도입된다면 기존 중앙기관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

최근 싱가포르 통화청(이하 MAS)은 블록체인 기반의 은행 간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해 ‘프로젝트 어빈(Project Ubin)’을 추진하며 금융권 블록체인 시스템 운영에 있어 중앙기관의 필요성과 역할을 재정의해 시사점을 주고 있다.

MAS는 “금융권 블록체인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체 참여자들에 대한 일관성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며 “기존 중앙집중식 금융시스템에서 중앙기관이 수행하던 감독 및 거버넌스의 주요 역할을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AS는 최근 몇 년간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을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대체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와 결제유동성 절약기능 면에서 블록체인의 적용 가능성을 검증해왔다. 실시간 총액결제시스템은 중앙은행의 계정을 통해 금융회사 간 자금이체 및 증권이체 등을 즉시처리하는 시스템이다.

MAS는 관련 기능 검증을 위해 플랫폼 별로 R3의 코다(Corda), 하이퍼렛저의 패브릭(Fabric), J.P.모건의 큐럼(Quorum) 등 총 3개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시스템인 애저(Azure) 환경에 구성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를 기반으로 한 BaaS(Blockchain as a Service)를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검토 결과 3개의 블록체인 플랫폼 모두 개인정보 보호기능과 결제유동성 절약기능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었으며, 개인정보보호와 확장성, 처리성능, 시스템 복원력, 결제 최종성 기능 분석 결과 모두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보안원은 싱가포르 통화청에서 진행한 어빈 프로젝트를 분석하며 우리나라도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 구축 시 시스템의 탈중앙화 수준을 비롯해 일관성 있는 노드관리, 중앙기관의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중앙화 수준은 해당 시스템에 참여한 주체의 권한, 의무, 기여도 등이 평등한 수준을 의미한다.모든 참여자가 평등한 경우 탈중앙화 수준이 높고 참여자가 평등하지 않거나 특정 참여자가 일부 역할을 담당할 경우 탈중앙화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블록체인 시스템 간 상호연동 시 모든 참여기관이 스마트 컨트랙트 등 블록체인 기능을 통해 연계한다면 탈중앙화 수준은 높지만 운영 관리의 효율성은 낮을 수 있다. 반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대표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게이트웨이를 통해 운영한다면 탈중앙화 수준은 낮지만 다양한 보안기능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 운영 관리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블록체인 운영 시 노드 관리의 형평성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블록체인 시스템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든 노드에 일관성 있게 시스템이 적용돼야 하는데 이때 담당관리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블록체인 시스템의 처리 성능 및 보안수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참가자격을 검증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등 참여자 관리가 필요하며, 합의 방식 및 시스템 설정, 블록체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유지보수와 패치 등이 전체 참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관련 정책 및 기능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요구된다.

기존 중앙기관의 금융시스템 감독 및 거버넌스 역할도 재정의가 필요하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기존 중앙기관은 블록체인 생태계 내에서 시스템 거버넌스를 비롯해 참여자 관리, 간접 참여기관의 운영대행, 블록체인 간 게이트웨이, SLA(서비스 수준 협정) 거버넌스, 감사 등의 역할을 새롭게 맡을 수 있다“며 “국내 금융환경과 국내외 금융권의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국내 금융권의 블록체인 시스템에 적합한 중앙기관의 역할을 도출하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