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이어 위성호 행장, 계기마다 ‘아레테’ 강조

훈련과 습관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덕목이라 지속 주문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나친 경쟁의 폐해를 막거나, 부족한 실력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 결과를 얻게 되면 흔히 ‘참가하는 데 의미가 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는 쿠베르탱이 근대 올림픽 대회를 창시하면서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데 있다”라는 문구를 강령 속에 넣어 논거를 마련해 준 결과다. 

하지만 근대 올림픽의 모태인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올림픽은 그렇지 않았다. 시민들만 참여할 수 있는 올림피아드는 갈고 닦은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들춰내 자신의 아레테(탁월함)을 과시하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자신의 몸을 만들었고, 운동 중에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에서 우승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시인들이 나서서 그들의 아레테를 찬미했고, 선수 스스로도 자신에 대한 찬미를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들은 그것을 수치로 여기고 얼굴을 들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니기 위해 도시의 대로를 걷지 않고 뒷골목으로 고개를 숙이고 급한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고 하니 아레테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동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2대에 걸쳐 ‘탁월함’을 강조하고 나섰다. DNA에 탁월함을 코딩이라도 할 기세다. 극한의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선 반드시 담보돼야 할 덕목. 특히 연전부터 강조하고 있는 ‘초격차’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1년 전 신한은행의 수장이었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혼돈과 격랑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탁월한 신한’이라는 일관된 목표 아래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자”고 주문한 바 있다.

2년 전에도 조 회장은 ‘리더의 탁월함’을 조직에게 요구하면서 ‘아레테’를 거론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바통을 이어받은 위성호 행장은 ‘2017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탁월함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신한의 초목표를 전 직원이 합심으로 노력한 결과,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2017년에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그 탁월함으로 이어가기 위해 “2018년을 디지털 영업의 원년으로 삼고, 금융의 미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아레테, 탁월함을 기록한 문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일 것이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최고의 덕을 아레테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에게 고유한 탁월함을 발휘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행복을 위해선 훈련과 습관을 통해서만 성취할 수 있는 아레테를 갈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들이 올림피아드에서 자신의 아레테를 확인받고 싶어 1등을 염원하듯이 말이다. 

신한은행, 더 나아가 신한금융지주의 지향점이 바로 1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정확하게 맥을 짚고 있다. 그래서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은 지주회사와 은행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위해 내부 조직원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탁월하지 않으면, 그리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승리할 수도 없고 리딩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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