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지난해 일시납 저축만 2조 판매
금리확정 앞세운 외형확대에 금감원 ‘예의 주시’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지난 2년간 은행을 통한 저축성보험 판매로 4조원 이상의 보험료 수입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안방보험 편입 이후 동양생명에 적용됐던 외형확대 전략이 지난해 ABL생명에도 반영된 결과인데 안방보험의 무리한 저축성보험 판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벌어들인 저축성보험의 일시납 보험료 실적은 각각 1조1300억원, 8895억원이다.

두 회사가 방카슈랑스 저축성보험으로만 2조원 가량의 일시납 매출을 거둔 것이다. 이는 23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방카슈랑스 실적(월납+일시납)의 40%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부적으로 동양생명은 최소 2.1%의 금리를 확정 보증해주는 양로보험에서 약 6500억원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방카슈랑스에서 일시납 양로보험을 팔았던 보험사는 동양생명이 유일하다.

동양생명은 금리연동형 저축보험에서도 약 4700억원의 일시납 보험료를 거둬들였다.

ABL생명은 2.0%의 금리를 최저 보증해주는 저축보험으로 약 8900억원의 일시납 매출을 기록했다. 만기까지 계약을 유지하면 일시납 보험료의 3.0%를 더해주는 식으로 상품경쟁력을 끌어올린 결과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일시납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간 유지하면 300만원을 더 얹어주는 식이다.

안방보험은 국내 보험사를 인수한 뒤 꾸준하게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한 몸집불리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안방보험 산하에서 동양생명은 저축성보험 매출을 끌어올리며 시장점유율을 업계 9위에서 5위까지 끌어올렸다.

업계는 지난해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의 방카슈랑스 물량 절반을 ABL생명에 나눠주는 식으로 ABL생명의 회사 규모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2016년 동양생명이 판매한 방카슈랑스 수입보험료는 약 2조원이었다. 지난 2년간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통해 4조원대의 저축성보험 물량을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재무건전성 측면이다. 오는 2021년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 및 재무건전성 기준에서는 저축성보험이 매출로 인정되지 않고 되갚아야 할 부채로 인식된다.

특히 저축성보험에 설정한 고리의 최저보증이율은 보험사의 부채 부담을 키운다.

국내 보험사들이 약 2년 전부터 금리확정형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을 접은 이유도 무리한 저축성보험 판매가 불어올 금리리스크 부담 때문이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 산하의 두 생명보험사가 매해 2조원에 달하는 저축성보험 물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ABL생명에 대한 안방보험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최근 이들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판매 방식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도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말 ABL생명에 경영유의 및 개선 조치를 내렸다. 저축성보험 물량이 사업계획 상의 연간 목표를 초과했음에도 금리리스크에 대한 관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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