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변동성 너무 높아 제한적 투자만 허용

국내 암호화폐 규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들도 비트코인 펀드 및 선물 등 파생상품 출시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릴린치는 1만7000여명에 달하는 소속 어드바이저들에게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Grayscale Investment Trust)’의 비트코인 펀드 주문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 고객들은 현재 비트코인 펀드 및 선물 투자를 원할 경우 증권계좌로만 운용이 가능하며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어드버저리 계좌에서는 투자가 불가능한 상태다.

비트코인 펀드의 판매 제한 조치에 메릴린치 어드바이저들은 투자은행으로서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입장과 가격 근거가 불분명한 비트코인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양분돼 있는 상황이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왕립 캐나다은행도 지난해 12월 8일 론칭한 비트코인 선물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소수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제한적인 투자만 허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 파생상품 투자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황규완 연구원은 미국 투자은행들이 암호화폐 투자 및 파생상품 출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장기적인 안정성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전년도 일일 종가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최저 777.7달러였으며 최고가는 1만9497.4달러로 그 격차(범위)는 1만8719.6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의 변동성(표준편차)도 420.3으로 S&P500 지수의 변동성(4.91)에 비해 100배 가까이 높았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중 변동성이 가장 낮은 화폐로 이더리움 등 다른 암호화폐의 경우 비트코인보다 5~10배나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황규안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선물 브로커들은 투자 자산의 위험도에 기반해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지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높아 적정한 증거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암호화폐를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거래를 권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투자은행들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들의 입장은 향후 정책변화에 따라 노선을 바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es Dimon) 회장은 “비트코인을 다루는 직원이 있다면 해고할 것”이라는 강경한 발언했지만, 몇 달 뒤 언론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기(fraud)’라고 말한 것을 후회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결국 현실이 됐다”며 입장을 바꾼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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