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DB·KB, 한달새 치아보험서 130억 수입
허위계약 가능성 높아…“1년 만에 해지해도 이득”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월 보험료 10만원 짜리 치아보험 한건을 팔면 130만~140만원까지 수당이 들어온다. 보험료 납입 13회차에 계약을 해지하면 수수료 환수가 거의 없다고 볼 때 지금의 수당 체계에서는 지인, 친척 등을 활용한 허위(가짜) 계약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손해보험 상위 4개사들이 한달 새 치아보험에서만 130억원에 달하는 초회보험료 수입을 기록했다.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 경쟁에 따른 결과인데 판매자의 ‘허위(가짜) 계약’을 조장할 정도로 보험사들의 실적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 상위 4개사가 1월에서 이달 2일까지 판매한 치아보험료의 누적 초회보험료는 132억원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17일 치아보험을 첫 출시한 이후 영업일수 기준 13일만에 58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했다. 상위 4개사의 치아보험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이 삼성화재에서 비롯됐다.

영업일수 기준 현대해상은 12일만에 22억원, DB손보는 23일만에 29억원, KB손보는 이틀 만에 24억원을 팔아 치웠다.

상위 4개사가 지난 1월 치아보험을 연달아 출시한 이후 치아보험으로만 하루에 5억~10억원의 보험료 수입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과도한 판매 시책(인센티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보험사는 판매채널에 보험 상품을 판매한데 따른 수수료를 주고, 여기에 영업 독려 차원의 시책을 추가로 지급한다.

KB손보는 지난주 금요일까지 이틀간 본사 차원에서 현금성 시책으로 500%+100%(예약 시상)을 내걸었다. 이후 이틀만에 20억원이 넘는 초회보험료 수입을 거두자 판매량 조절 차원에서 최대 500%로 시책 기준을 낮췄다.

이달부터는 삼성화재,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맞불을 놨다. 본사 및 지점장 시상을 포함해 최대 500%의 현금성 시책을 내놨다. 

이전까지 200~300% 수준에서 이뤄졌던 시책이 실적 경쟁에 불이 붙자 한달 만에 2배까지 치솟은 것이다.

문제는 보험사의 과도한 시책경쟁에 따른 허위계약 및 과장계약 가능성이다.

치아보험 한 건당 판매수수료는 보험사마다 700~800% 선이다. 이를 시책과 더하면 최대 1400%까지 판매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치아보험의 보험료가 10만원이라면 판매자는 최대 140만원 까지 수당을 받는다.

보험계약의 13회차 보험료 납입 시점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수수료나 시책 환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즉 1년만 보험을 유지할 목적으로 가족, 지인 등의 명의를 빌려 허위 계약을 만들면 손쉽게 당월 목표 실적을 채우고 수수료도 더 받아 챙길 수 있다.

최근에는 저축 목적의 적립보험료의 비중을 키운 뻥튀기 계약까지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치아보험은 월 3만~5만원이면 보험 보장을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적립보험료를 10만원, 20만원까지 끼워서 가입하는 식이다.

이 경우 13회차에 계약을 해지하면 적립보험료의 3~7%에 해당하는 환급금도 함께 받을 수 있다. 해지할 목적의 가입인 만큼 1년치 보험료 납입은 판매수당으로 해결하고 환급금에서 차익을 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화재는 전체 보험료에서 저축보험료 비중이 40%를 넘길 경우 시책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단서 조항까지 내걸었다. 다른 보험사도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월 3만원짜리 치아보험으로 하루에 10억씩 초회보험료 수입을 낸 다는 것은 허위·과장 계약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보험사가 빚은 실적 경쟁은 결국 사업비 과다 지출로 인한 일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손보사들의 시책 경쟁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일부 손보사를 대상으로 영업 및 사업비 운용실태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라 문제점 발생 시 개선권고를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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