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어 KDB생명, 3억 달러 해외 발행 예상
자본인정비율 웃도는 발행에 ‘건전성’ 훼손 우려도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일종의 부채 돌려막기에 나섰다.

후순위채로 인한 자본 차감을 막고자 또 다른 부채인 신종자본증권에 손을 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장의 건전성 기준을 맞추고자 과도하게 발행되는 부채를 우려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매각 주간사를 모집 중이다.

보험사의 지급여력기준인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RBC비율은 107%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달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KDB생명의 RBC비율을 150%대까지 끌어올렸다.

신종자본증권은 빚이지만 부채의 후순위성을 충족하고 이자지급만 지속된다면 만기가 영구적이라는 점에서 회계상 100% 자본으로 인정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업 감독규정을 통해 자기자본의 25%까지만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KDB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경우 RBC비율에 편입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655억원까지인 셈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가액을 미화 3억달러(약 322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KDB생명이 올 상반기까지 RBC비율을 20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 경우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620억원)의 48.6%에 달하게 된다.

KDB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액을 자본인정비율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기존에 발행했던 후순위채에서 차감되는 자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RBC비율에서 분자가 되는 가용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자본으로 인정(25%)되는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에 포함되고 나머지는 보완자본으로 귀속된다.

후순위채가 매해 자본에서 차감되면 차감분 만큼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비롯된 보완자본이 기본자본으로 옮겨진다. 만기가 더 긴 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의 빈자릴 메우는 것이다.

KDB생명이 지난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발행한 후순위채의 총액은 2353억원이며 이 중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후순위채만 1400억원이다.

즉 RBC비율을 떨어트리지 않고 목표치인 200%에 맞추기 위해서는 3억달러 이상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 5억 달러(한화 약 556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흥국생명의 자기자본(1조3417억원)의 40%로 기본자본 편입 비율을 넘어선 결정이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흥국생명의 RBC비율은 200%대에 근접했으며 후순위채 발행에 따른 RBC비율 하락 효과도 막을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앞으로도 오는 2021년 도입되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17)과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대비하기 위해 RBC비율 200%를 하회하는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도 이상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결국엔 부채이고 이자비용이 높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자본건전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 및 감독 기준 하에서도 자본 확충이 어려울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신종자본증권을 조기 상환(콜옵션)하지 않고 부채를 유지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이자비용만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금융당국이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인정비율을 자기자본의 25%까지만 인정한 이유도 보험사의 건전성 때문인데 과도한 발행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자본적정성 지표다.

보험사가 준수해야 하는 RBC비율은 100% 이상이며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시정조치 및 제재 등으로 재무건전성 개선을 지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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