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적폐 청산’ 화두 꺼낸 감독당국, 하나금융에 불편한 기색 

중단 없이 내달 주총 향하는 회추위 행보, CEO리스크 키우는 것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금융 적폐 척결.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금융혁신 추진 방향에 대한 브리핑에서 꺼내든 올해 화두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묵인됐던 사안들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 워딩의 무게감은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고쳐라”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이 말한 금융 적폐는 △담보대출 위주의 전당포식 영업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황제 연봉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지배구조 △불완전한 금융 상품 판매 △최근의 채용 비리 등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하나금융의 회장추천위원회 진행에 대한 반어법적인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지주는 마이웨이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이 회추위의 회장 선임 절차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행보라면 내달 주총에서 ‘3연임’ 여부를 의결하게 될 것이다.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에 대한 지배구조 감시를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힌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하나금융의 이 같은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오죽하면 “금융감독원의 권위 실추가 아닌 하나금융지주 회추위가 금융감독원 권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까지 꺼냈을까 싶다. 이 정도면 감독당국과 금융지주사간의 정면대결이다. 

물론 셀프연임과 관련,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지주사 수장들이 회추위에서 몸을 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그리고 지난해 이사회 의장을 내려놓고 임추위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한 BNK금융지주까지 모두 4개 지주사가 그러하다. 하나금융지주도 지난해 말 금감원의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와 회추위 운영 과정을 지적받아 내부 규범을 변경했다. 

하지만 모양새가 별로다. 회추위에서 회장이 빠진 곳은 모두 채용비리와 관련, 자주 언론에 노출된 은행을 가진 곳들이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권고 사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소나기 피하는 듯한 태도로 보이는 대목이다.  

회추위에서 지주사 수장이 빠졌기 때문에 셀프추천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최종구 위원장의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생각을 고쳐라”라는 말을 거부해야 할 관치로 받아들인 것일까. 그런데 그렇게 봐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여기서의 문제는 셀프추천이 아니다. 누가 되느냐의 문제보다도 어떻게 되느냐의 문제에 주목한다는 금감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배구조 개선은 명목적인 절차 이행보다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를 말한다. 

기업의 문화는 수익으로 연결되는 더 많은 창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상상력이 제어되는 순간 더 많은 창조는 불가능하다.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는 순간 창조는 사라진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대로 베끼듯 그림을 그리는 모사화가를 우리는 예술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나금융의 회추위 행보가 잘못된 관치에 대한 거부보다 모사화가처럼 보일 뿐이다. CEO리스크는 잘못이 드러날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잘잘못을 가리는 공방과 이를 전하는 여론이 늘어나면 이미 리스크는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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