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신디지털 경제(New Digital Economy)’의 미래에 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기술론자들은 현재 진행중인 디지털 혁명이 과거의 1, 2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경제적인 성과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는 반면 주류 경제학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성장 기여도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공지능, 1단계 수준 벗어나는 데만 10~30년  

신디지털 경제의 낙관론자들은 가까운 장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해 인간의 통제 없이 기술 스스로가 진보를 만들어내는 혁신 패러다임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산업연구원은 신디지털 경제논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각과 추론을 모방하는 첫번째 단계에서 한 개인의 지능(2단계)을 넘어 인류의 집단 지능(3단계)을 넘어서는 수준에 도달해야만 경제적으로 한계없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술적 특이점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은 아직 1단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낙관론자들이 말하는 혁신 패러다임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70%는 인공지능이 일반적 지능단계(2단계)에 도달하기까지 10~3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인공지능의 저급기술이 접목된 지금의 산업용 로봇은 구조화된 환경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알파고와 자율주행차량 등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구조화되지 않은 복잡한 상황에서 지각과 추론, 판단을 종합해 처리하기란 불가능하다.

10년 뒤 인공지능 기술이 2단계에 도달했다 해도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제공하기까지 또 다른 기술적·경제적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디지털 기술을 통한 인간의 이성이나 감성의 구현은 매우 복잡한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며 비용편익 분석에 의한 제품화와 대량생산에도 커다란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

마지막 3단계인 인공지능이 기술적 특이점인 초지능 단계까지 이행했다고 해도 한계 없는 성장이 가능한 경제적 특이점(economic singularity)에 도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경제적 특이점은 무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수요조건과 공급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수요조건과 공급조건은 정보통신 혁명을 통해 디지털 소비재와 자본재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다른 소비재와 생산요소를 제약 없이 대체해야 한다. 이 같은 엄격한 수요공급 조건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 경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노동시장, 신디지털 혁명으로 오랜 과도기 겪을 것

신디지털 경제 논쟁의 또 다른 핵심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해 노동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일자리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기술론자들은 사람의 지각이나 이성적 추론까지 가능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인해 거의 모든 직종에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신디지털 경제에서도 과거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일자리의 소멸과 생성이 교차하며 장기적으로 노동공급과 균형을 이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충격이 언제나 비관론에서 시작되는 이유는 없어지는 일자리는 비교적 예측하기 쉽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 윤우진 연구원은 “기술의 과도기에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함께 일어난다 해도 없어지는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보다 많기 때문에 실업률의 증가와 임금의 정체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로봇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신디지털 기술 또한 기술의 확산 속도와 적용 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것으로 보여 노동시장의 적응이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라고 분석했다.

과거의 산업혁명이 주로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에 기여했다면 디지털 혁명은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년간 데이터 처리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금융산업과 유통·물류산업에서는 이미 생산성 향상 효과가 가시화됐으며, 인공지능이 중심이 된 신디지털 혁명은 대인(對人) 서비스가 중심인 교육과 의료산업에서 맞춤형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을 통해 서비스 질과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신디지털 경제시대에는 서비스 질이 높아지는 반면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연구원은 “신디지털 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는 일부 고숙련 노동자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만 높은 수준의 지능화와 자동화로 인해 중간 숙련노동자들은 임금 하락 등 노동조건이 크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일자리의 양극화와 임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실업보험과 같은 전통적인 사회보장 제도와 함께 임금보험과 같은 보다 강력한 디지털 세이프가드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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