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 대부분은 은퇴 후 빈곤 수준으로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최저 생활비 이상으로 소비할 경우 자산이 빨리 고갈될 우려 또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평균 가구주 연령이 56세인 1차 베이비부머와 44세인 2차 베이비부머 세대로 구분하고 이들이 60세 이후 어떤 노후를 보내게 될지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했다.

1차,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국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세대의 대표성이 있으며 1차와 2차 세대 간 10년 이상의 차이를 보여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노후생활 준비수준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2차 베이비부머…1차 보다 생활비 수준 높아

보험연구원의 연구결과 자산은 1차 베이비부머가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생활비 수준과 사회보험소득은 2차 베이비부머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생활비를 최저생계비로 가정할 경우 평균 가구의 은퇴시점 자산은 기대수명까지 감당될 수 있었지만, 생활비가 높아질 경우 70대 중반 이후부터는 자산이 소비를 충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근로소득과 부채는 1차보다 2차 베이비부머가 많았으며 남자 가구주 비율과 배우자가 있는 비율은 1차 베이비부머가 높았다. 주택소유비율과 교육수준은 2차 베이비부머가 높았으며 특히 교육수준은 1차에 비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은퇴 시점인 만 60세에서의 순자산도 1차 베이비부머가 2차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1차와 2차 베이비부머 모두 순자산 차이는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와 2분위 간 차이보다 소득 2분위와 3분위 간 차이가 더 컸으며 남자 가구주, 배우자가 있는 가구주, 교육수준이 높은 가구주의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순자산이 더 많았다.

순자산 대비 금융자산 비율은 은퇴연령에서 2차 베이비부머(20%)가 1차 베이비부머(15%)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연령에 따라 금융자산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은 2차 베이비부머가 1차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났다.

은퇴 시점의 생활비는 순자산과는 반대로 2차 베이비부머가 1차 베이비부머보다 더 많은 생활비지출이 예상되며, 1차와 2차 베이비부머 모두 고소득∙남자 가구주∙배우자가 있는 가구주∙교육수준이 높은 가구주 가구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은 생활비가 요구됐다.

◆최저생계비 쓸 경우 기대수명까지 자산 보존

생활비를 최저 생계비를 가정한 경우 1차와 2차 베이비부머의 자산이 고갈되는 연령은 모두 예상 기대수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은 1차 베이비부머의 경우 남자와 여자 각각 82.1세와 87.0세, 2차의 경우 각각 83.8세와 88.1세로 나타난다.

최저 생계비를 부부의 경우 월 174만원, 1명 기준으로는 104만원을 가정한 결과 1차와 2차 베이비부머의 자산고갈 연령은 각각 85세와 86세로 예상 기대수명인 84.5 세와 85.9세보다 높게 나타났다. 1차 베이비부머가 2차 베이비부머보다 순자산은 높지만 사회보험소득이 2차 베이비부머가 더 많아 2차의 고갈연령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또 1, 2차 베이비부머 모두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자산을 더 오래 유지했으며 교육수준이 높은 경우는 100세까지 순자산이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베이비부머가 예상 기대수명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기대수명까지 소비되는 총생활비와 은퇴 시점의 자산을 비교한 결과 1, 2차 모두 전반적으로 기대수명까지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를 최저 생계비로 가정한 경우 1, 2차 베이비부머 모두 여자 가구주인 가구, 소득 1, 2분위 가구, 교육수준이 낮은 가구는 연 130만원~780만원 정도 생활비 부족이 예상됐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활비가 유지되는 가정의 경우 1차 베이비부머는 연평균 1900만원의 생활비가, 2차 베이비부머는 연평균 2110만원의 생활비가 더 필요해 부족액이 상당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후 노후 생활비 부족 정도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성별의 경우 ‘남자’가, 소득계층의 경우 ‘2분위’ 층이, 배우자 유무의 경우 ‘배우자가 있는’ 경우, 교육수준의 경우 ‘교육수준이 낮은’ 경우가 반대의 경우보다 노후소득이 더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1차와 2차 베이비부머를 비교해보면 1차의 경우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생활비 부족액도 함께 높아졌지만 2차 베이비부머는 소득 2분위 가구의 부족액이 1분위와 3분위 가구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차 베이비부머와 달리 2차 베이비부머는 교육수준이 낮은 가구가 높은 가구보다 생활비가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수준에 따른 삶의 질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 2분위, 1분위보다 노후 대비 위험 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 대부분은 은퇴 후 빈곤 수준으로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 뜻밖의 사고나 질병 발생으로 일시적으로 자산이 감소하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지만 평균적인 관점에서 빈곤 수준으로 떨어질 큰 우려는 보이지 않았다.

보험연구원은 “절대적인 노후소득 못지않게 소비수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앞으로의 노후대비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소비수준이 낮은 소득 1분위보다 상대적으로 소비수준이 높은 소득 2분위에서 보다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퇴 후 생활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시점의 자산만으로는 부족해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소득활동을 계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70세에서 80세로 연령이 높아질 때 소득계층별 순자산 흐름을 살펴보면 모든 계층에서 사망 시까지 순자산이 음(-)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연령이 높아져도 순자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은퇴자들이 소득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면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노후 근로활동의 질과 안정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은 “개인은 은퇴 시점의 자산을 예측하고 노후의 소득활동 여부를 고려해 은퇴 후의 소비를 계획성 있게 준비하고 은퇴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유연하게 은퇴 이후의 생활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또한 순자산이 음(-)인 가구는 노후 소득원이 노후 근로소득과 사회보장소득 외에는 없기 때문에 노후 근로를 위한 혜택과 같은 보다 강화된 대책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