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오는 2021년 도입될 새 회계 및 감독기준에 대비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부채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신종자본증권이 대표적이다. 당장의 건전성 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어쩔 수 없지만 보험사들이 장기적인 이자비용의 늪에 허덕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금융당국이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수준 이상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 5억달러(한화 약 556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쳤다. 발행금리는 4.47%로 5년 후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이 포함됐다. 만기는 30년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150%를 밑돌던 흥국생명의 RBC(지급여력)비율은 200%에 근접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기준인 RBC비율을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분간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일부만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게 된다.

RBC비율에서 분자가 되는 가용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으로 분류되는데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의 25%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흥국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5560억원 가운데 자기자본(1조 500억원)의 25%에 해당하는 약 2200억원만 기본자본에 편입된다.

나머지 금액은 보완자본에 포함되는데 기존에 발행했던 후순위채 규모를 생각하면 보완자본에도 편입되지 못한 신종자본증권 일부는 자본 인정이 되지 않는다.

다만 후순위채는 짧은 만기 때문에 매년 자본인정비율이 20%씩 차감된다. 회계상 발생한 자본 차감은 이전까지 자본 인정이 되지 않았던 신종자본증권이 대신한다.

KDB생명도 최근 같은 방식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자본 확충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KDB생명의 지난해 3분기 기준 RBC비율은 116% 수준이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증자로 간신히 금감원의 권고기준을 넘긴 상황이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200%까지 RBC비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예상 발행금액은 약 3억달러(약 3220억원)로 전망된다. 이는 KDB생명 자기자본(6620억원)의 48.6%에 달한다.

흥국생명과 마찬가지로 기본자본 인정 범위 이상 발행해 기존 후순위채로 차감되는 자본을 방어하고 RBC비율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는 RBC비율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쉽게 자본조달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반면 기본자본 인정한도 이상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결국 기존에 빌렸던 돈을 더 나중에 갚을 수 있는 돈으로 대체하는 것”이라며 “당장 RBC비율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적정 유동성 유지 목적 이외에도 재무 건전성 기준 충족을 위해서라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보험업 감독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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