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의무제 시행으로 평균 가입시간 30분
70세 이상 고령자, 투자성향 관계없이 녹취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파생결합증권 판매과정 녹취의무제가 과도한 규제로 인해 투자자와 판매자의 투자·판매 접근성을 해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파생결합증권 판매과정 녹취의무제가 시행 된지 2개월여가 지난 가운데 증권사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생결합증권 판매과정 녹취의무제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70세 이상 투자자나 안정성향 투자자에게 ELS(주가연계증권)·DLS(파생결합증권) 등 고위험 파생결합증권을 판매할 때 판매 전 과정 녹취·보관을 의무화한 제도다.

지난해 10월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10개 주요 금융법 시행령 개정안’ 중 하나로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투자자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불편은 파생결합증권 투자를 위해 소비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다.

ELS나 DLS 등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70세 이상이거나 안정성향을 가진 투자자라면 형식적인 서류 작성과 녹취를 위해 30분 이상의 시간을 써야한다.

만 70세 이상 고객은 나이가 확인되는 시점부터, 부적합투자자는 투자자 정보 확인 단계에서 부적합 확인 시 녹취가 시작된다.

투자자성향 분석결과 고지 및 설명, ELS 추천과 추천이유 설명, 투자자 상품 선택 시 적합성보고서 작성 및 교부, 투자자 숙려제도에 대한 설명,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 등 상품판매의 전 과정이 녹취로 남겨진다.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성향에 관계없이 ELS 판매과정 녹취가 필수다. 위험성향투자자라도 ELS 상품 가입 절차가 복잡한 것이다.

영업현장에서는 업무 지연 및 생산성 저하 분위기도 포착된다.

A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영업직원들 사이에서 ELS 상품 판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녹취장치를 켜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틀에 맞춰진 상품설명을 해야 하는데 30분 이상 소요돼 영업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선 영업점에 내방한 70대 이상 고객과 안전성향 고객 대상 ‘롤플레잉용 스크립트’까지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B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영업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누가 70대 이상 투자자에게 ELS를 권유하겠느냐”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일부 투자자만 소외시키게 된 꼴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ELS·DLS 상품 가입자 중 70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은 평균 20%정도로 해당 제도가 영업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미 ‘투자숙려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중규제로 투자의 벽을 높였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 된 투자숙려제는 70세 이상 투자자나 부적합투자자가 ELS 등에 투자할 때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최성규 사무관은 “과거 ELS는 불완전판매가 많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녹취 제도가 도입됐다”며 “소요시간이 길다는 불만이 있지만 이는 증권사가 법적 분쟁 발생 시 우려가 될 만한 사항에 대해 모두 녹취로 남기려하기 때문이다. 향후 이러한 자정작용을 통해 불완전판매율이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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