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벤처투자 최고치 경신…기술금융의 씁쓸한 이면
문혜정 기자  |  mika@kbanker.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3.09  15:35:5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기술신용대출, 기술평가 보다 담보보증 요구 늘어나
정부개입 통해 질적평가 중심의 가이드라인 마련돼야  

국내 기술금융 규모는 매년 큰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빠른 증가세는 시중은행이 정부정책에 맞춰 쥐어 짜낸 결과로 점점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기술금융은 기술혁신에 필요한 자금을 ‘기술평가’를 통해 공급해주는 기업금융이다. 기술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초기기업에 기술 사업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기반이 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기술금융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술금융 규모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기술금융은 자금공급 방식에 따라 보증, 융자, 투자 3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보증형태의 기술금융은 보증기관이 기업의 기술을 평가해 기술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융자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내 기술보증의 보증규모와 보증건수는 모두 증가해 지난해 6월 기준 기술보증잔액은 21조5000억원, 보증건수는 11만2000건에 이르렀다.

융자형태의 기술금융 또한 기업의 기술력 평가를 바탕으로 대출여부, 이자율, 한도 등을 설정해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민간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기술신용대출’이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평가서를 기반으로 대출이 실행된다.

국내 기술신용대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해 2014년 7월 대출잔액 2000억원에서 2017년 6월 112조8000억원으로 3년만에 587배 증가했고 대출건수 또한 2015년 6월 6만3203건에서 2017년 6월 25만2295건으로 4배 증가했다.

투자 형태의 기술금융은 경쟁력 있는 기술 및 기업을 발굴해 주식이나 채권 형태로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벤처캐피탈이 가장 중요한 투자 주체다. 신규벤처투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3년 1조4000억원에서 2016년 2조20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2017년 6월 기준 투자잔액 19조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연일 급성장을 기록하는 기술금융은 질적인 성장이 뒤따르지 못해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현 선임연구원은 “시중은행은 금융위원회의 은행권혁신성 평가 이후 기술신용대출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의 일반 중소기업 대출을 기술금융에 편입시키거나 기술평가 이외에 담보보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진행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또한 매우 저조하다. 국내 창업초기 기업에 대한 벤처투자액은 36.8% 로 OECD 평균인 68.2%의 절반에 불과하다. 창업초기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엔젤투자 규모도 2016년 기준 1억5000달러로 미국의 140분의 1, 유럽의 5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벤처투자의 공공의존도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는 한국모태펀드가 정책목적에 따라 조합을 기획해 벤처캐피탈을 모집하고 다수의 벤처캐피탈이 규모가 큰 모태펀드의 조합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벤처캐피탈의 주요 수입원은 조합운용보수에서 나오는데 국내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이 공공기관에 종속돼 조합운용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쫓는 데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공주도 펀드에 길들여진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는 보수적 투자와 운용보수에 의존한 투자로 변질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기술금융 현황을 분석하며 핀테크의 성장과 함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스타트업이 자금부족으로 도태되지 않도록 국내 기술금융 시스템의 체질을 서둘러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술신용대출은 기술력보다는 신용도가 중요하고 담보보증 요구비율이 계속 증가해 기술금융으로서 역할이 상실되고 있다. 기업 대출심사 시 기술평가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질적평가 중심의 기술신용대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모태펀드와 같은 공공주도 펀드는 기술 우수성은 높지만 위험도가 높은 벤처기업 등 시장의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공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및 투자환경을 정비하고 보수적 투자성향이 비교적 약한 엔젤투자자나 엑셀러레이터를 단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최 연구원은 “국내 기술금융 환경에서 창업초기 기업이 담보보증이나 기업성과에 의한 신용을 확보하기란 매우 힘든데 죽음의 계곡과 같은 자금조달 문제는 주로 창업 초기에 발생하고 있어 적극적인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며 “TCB의 평가 신뢰도를 제고하고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 기술력만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기술금융 도입의 본래 취지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문혜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가장 많이 본 기사
1
서른살도 가입하는 어린이보험 ‘돌풍’
2
아동수당 '행복지킴이통장'으로 받아볼까
3
보험사 손해사정, 외주업체 ‘줄이고’ 자회사 일감 ‘늘리고’
4
‘셀 이머징’ 여파에 코스피·코스닥 동반 폭락
5
IBK·SK·키움증권, 코스닥기업 분석 발간사업자로 선정
6
빅데이터 컨설팅 키우는 카드사
7
삼성증권, 6개월 영업정지·대표 직무정지
8
신협, ‘집단대출 규제 완화’ 퇴짜 맞았다
9
NH농협손보, 충남 서산서 농촌 봉사활동 실시
10
NH농협생명, 우수고객 대상 농촌체험 행사 진행
오피니언

[인터뷰] “중소·벤처 IB명가 만들겠다”

[인터뷰] “중소·벤처 IB명가 만들겠다”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대표 중기특화증권사인 키움증권이 IB(투자은행)...

[기고] 2018년, 남은 절반은 이렇게 해보자

[기고] 2018년, 남은 절반은 이렇게 해보자
매번 느끼지만 시장은 항상 어렵고 갈수록 대응하기가 어려워지는 듯 하다. 종...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로 220, 양우빌딩 202호  |  대표전화 : 02-783-2583  |  팩스 : 02-783-2586
등록번호 : 서울 아 03062  |  창간일 : 1995.10.17  |  온라인 등록일 : 2014.03.24  |  발행인·편집인 : 조성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성준
Copyright © 2012 대한금융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ban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