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한국 시장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보험사들이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동남아 시장은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높고,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보험시장의 고속 성장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에 보험사들은 동남아 시장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 교두보 마련에 나서는 중이다.

삼성생명, 해외사업 전초기지 ‘타이삼성’

태국의 보험시장은 이미 AIA, AXA, 알리안츠 등 글로벌 보험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삼성생명은 1997년 태국합작법인인 타이삼성을 설립하고 태국에 진출했지만 현지시장 적응과 글로벌 보험사들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성생명은 2014년, 원점에서부터 태국시장 분석에 돌입했다. 글로벌 보험사 대비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삼성생명의 최대 강점인 개인 판매채널의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타이삼성은 태국 전역에 5개 육성센터를 설치해 ‘한국식 영업 노하우’를 전수했다.

신인 설계사의 발굴과 육성을 위해 고객 발굴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는 삼성생명의 표준활동 모델을 접목하고 현지 영업리더들을 한국에 초청해 신인 육성과 조직관리 노하우 등을 전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설계사 수도 늘었으며, 영업조직의 질 역시 크게 향상됐다.

삼성생명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태국과 중국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해외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완료하고 잠재적 인수합병(M&A) 대상을 발굴하는 등 국가별로 특화된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또 신 시장 진출은 인적 역량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판단 아래 현지인을 채용, 국내에서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진출이 결정되면 현지 인력으로 파견해 활용할 계획이다.

▲ 2016년 12월 8일 한화생명이 베트남 북부 호아빈성 낌보이구 낌쭈이면에 지역주민을 위한 보건소를 신축해 지방정부에 기증했다. 이날 낌쭈이면 보건소 개소식에는 한화생명 백종국 베트남법인장(왼쪽 여섯번째), 홍정표 경영지원실장(오른쪽 여섯번째), 레 두 옹(Le Duc Hung) 인민위원회 부회장(왼쪽 네번째), 부이 꽝 빙(Bui Quang Vinh) 청소년연합회 서기(왼쪽 두번째), 유앤 황 피(Nguyen Hoang Phi) 낌보이구 보건부장관(오른쪽 네번째)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  ‘현지화 전략’으로 베트남 정착

한화생명은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 최초로 베트남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생보사가 단독으로 지분 100%를 출자해 해외 보험영업을 위한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도 첫 사례다.

진출 9년째에 이르는 현재, 안정적인 조직 확보와 높은 신계약 실적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신계약 실적은 2009년 410억동(한화 약 19억원)에서 2017년 6784억동(한화 약 320억원)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점포수도 2009년 5개에서 2017년 말 기준 호치민, 하노이, 다낭, 껀터 등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105개까지 늘어나는 등 전국적인 영업망을 구축했다. 영업개시 초기 450명에 불과했던 설계사 수는 2017년말 2만1586명으로 늘었다.

한화생명이 베트남 생명보험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지화 전략에서 비롯됐다. 법인장과 스태프 2명을 제외한 최고영업관리자, 재무관리자, 영업관리자 등 241명은 모두 현지 인력이다. 이들은 베트남 보험 및 금융환경에 밝을 뿐 아니라 현지 설계사들과의 의사소통이 쉽고 유대감이 강해 조직경쟁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상품개발과 고객서비스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현지 언론과 베트남 계획투자부가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에 수여하는 ‘골든 드래곤 어워즈(Golden Dragon Awards)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연속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삼성화재, 동남아 시장에 전사역량 집중

삼성화재는 1996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2002년), 싱가폴(2011년)에 차례로 진출하며 일찍이 동남아 시장에 눈을 돌렸다. 해당 국가에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으며 베트남의 경우 지점 1개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꾸준한 순익(세전이익 기준)을 내며 사업을 유지 중이다.

이들 국가는 중산층의 증가로 보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력 있는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은 중국의 경기 하강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고 있는데다 손해보험시장이 10% 이상 고속 성장을 이루는 중이다.

특히 삼성화재가 가장 근래에 진출한 싱가폴 시장은 세계 4대 보험허브 시장으로 통한다. 동남아 이머징 마켓의 성장과 함께 빠른 성장이 진행되는 시장으로 아시아 보험시장의 중심으로 평가된다.

삼성화재는 앞으로도 해외거점 지역의 성장을 지속하고 가시적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동남아 시장 특성에 맞는 영업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 해외사업 확대로 위험을 분산하고 사업구조를 견실히 하고자 타 국가에 대한 진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선진 시장은 수익 다각화 측면, 이머징 시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 타깃 지역을 모색 중”이라며 “조인트벤처 설립이나 인수합병 등 충분한 검토를 거쳐 단계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싱가폴 딛고 아시아 진출 확대

현대해상은 2011년 2월부터 싱가폴을 동남아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싱가폴의 경우 홍콩 소재의 브로커사인 코스모스 서비스와 공동으로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을 설립한 이래 2015년 12월에는 코스모스 서비스 지분 51%의 인수계약을 체결, 2016년 1월부터는 현대해상의 100% 독립 자회사인 ‘현대 인슈어런스 브로커스(Hyundai Insurance Brokers)’가 됐다.

현대 인슈어런스 브로커스는 아시아와 중동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재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1997년 베트남 호치민사무소를 설립하고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험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과 베트남간 경제교류 활성화에 따라 현지 진출 기업이 증가하면서 한국기업이 참여하는 각종 프로젝트 시행 등으로 실질적인 현지 보험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해상은 현지 사무소의 영업한계를 극복하고 현지에서 발생하는 보험수요에 적극적으로 응대하고자 심도 있는 베트남 보험시장 조사 및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2016년 6월에는 베트남 수도 하노이시에 추가적으로 사무소를 설립하고 지점, 법인설립, 지분인수 등 다양한 진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가에 진출하기 위해 지속적인 시장조사를 하고 있으며 진출 예정 국가의 보험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DB손해보험 김정남 사장(왼쪽)과 PTI손해보험 뉴엔트르엉장 사장이 2015년 1월 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PTI손보 지분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DB손보, 현지 보험사 인수로 네트워크 구축

DB손해보험은 국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제2의 내수시장 확보를 위해 미국, 중국, 동남아를 3대 권역으로 지정, 안정적인 수익 확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동남아 지역은 현지 영업망 구축이 용이하지 않고 현지에서의 해외법인 진출 규제 등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왔다. 때문에 DB손보는 단독 진출이 아닌 현지파트너와의 합자형태를 통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주요 목표로 삼고 동남아 지역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11년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성장유망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무소 개설 및 손해보험사 인수를 진행해왔다.

먼저 베트남의 경우 2011년 베트남 보험시장 및 인도차이나 반도 시장조사를 위한 호치민사무소를 개설했다. 이후 DB손보는 인도차이나 반도와의 접근성, 1억명에 달하는 인구 등 시장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진출 형태를 검토하고 현지 우량 손해보험사 인수가 베트남 보험시장 진출에 가장 효율적이란 판단을 내렸다. 이에 2015년 1월 베트남 손해보험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는 PTI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고 지분 37.3%를 취득해 최대주주 자격을 확보했다.

DB손보는 이를 기반으로 주변국가인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지역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2014년 12월 국내 손보사 최초로 미얀마 사무소 개설인가를 획득했으며 2015년 5월 미얀마 현지에서 주재사무소를 개소했다.

미얀마는 인도차이나반도 국가 중 최근 외국투자자에게 주목 받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최근 5년간 10%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성장 본격화로 손해보험 시장도 큰 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동남아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을 위해 계열 캐피탈사를 활용한 현지 영업채널 확보도 적극 검토 중이다.

현재 동남아 국가의 차량구매고객은 60% 이상이 할부금융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할부금융시장이 활성화 돼 있다는 점에서다. 중산층 확산에 따른 차량 판매랑 증가로 할부금융업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KB손보, 합작법인 투자로 안정적 정착

KB손해보험은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투자를 통해 동남아 시장에 정착하고 있다.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1992년 6월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수요 역시 급증하면서 KB손보는 자카르타에 첫 주재사무소를 개설했다.이후 1997년 자카르타 주재사무소를 발전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3개 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Sinarmas사와 합작해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KB Insurance Indonesia를 설립했다.

KB손보의 인니법인은 현재 직급영업을 통해 한국계 기업과 교민을 대상으로 기업보험과 개인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지점과 브로커 채널을 통해 현지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등 개인보험 상품이 주로 판매된다.

인니법인은 언더라이팅 강화를 통해 한국계 물건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다양한 채널 공략으로 현지 매출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 보험시장 개방 시기인 1995년 하노이사무소를 시작으로 2001년 호치민사무소를 개소했다. 2004년 이후에는 베트남 UIC(United Insurance Company) 합작법인에 소규모 지분 참여를 진행하며 테스트마케팅 목적의 원수영업을 수행하는 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KB손보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성장을 거듭하는 베트남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확대 기회를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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