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등 전세계 거래량의 40%가 한국에서 거래

가상화폐 거래소 직원들이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남부지검은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의 불법 정황을 포착하고 12일부터 사흘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의 대표와 임직원들은 거래소 법인계좌에 들어 있는 고객 돈을 개인계좌로 이체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으며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들을 속여 불법적으로 자금을 모집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만든 우리나라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된 열기는 거래소의 도덕적 해이로이어지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우리나라 비트코인 가격은 세계 가격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 가상화폐의 경우 한국 거래소의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1BTC)은 2017년 8월 1일 319만원에서 2018년1월 6일 2503만원으로 2184만원(약 684.6%) 상승했다. 최근 2개월간 하루를 제외하고 한국 거래소 가격은 전세계 가격보다 지속적으로 높았으며 특히 1월 5일부터 15일까지는 약 30~45%나 높은 시세를 보였다.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량 또한 전세계 시장에서 무시하지 못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경우 한국의 거래량이 전세계 거래량의 각각 4.5%, 7.8% 수준이지만 리플, 카르다노, 스텔라루멘, EOS 등의 가상화폐는 한국 거래소 3곳의 거래량이 세계 거래량의 40% 이상을 육박한다.

특히 카르다노의 경우 한국의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89% 수준에 이르는데 카르다노가 법정통화로 직접적인 거래가 가능한 경우는 원화(KRW)뿐이며 해외 거래소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등 다른 가상통화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거래소 가격이 전세계 가격보다 높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비트코인 공급량은 제한적인 반면 국내 투자수요는 단기간에 급증해 시장논리에 따라 높은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상통화의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해 9월 이후 가상통화 관련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가상통화 대응방향(9월1일), ICO 전면금지(9월29일), 가상통화 긴급대책(12월13일),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12월28일)이 시행되며 국내 거래소로 신규자금 유입이 일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 가상통화 거래실명제에 앞서 가상계좌 거래소의 신규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하고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강화해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 및 실명확인 계좌 발급 업무 등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금모집은 여전히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정부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했지만 국내 개발팀들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CO를 진행했다.

스위스에 재단을 설립한 ICON(ICX)은 지난해 9월 ICO를 진행해 46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한국인 개발자가 팀을 이뤄 개발 중인 메디블록(Medibloc)은 영국령 지브롤터에 법인을 세우고 11월~12월 3차례에 거쳐 MED 토큰을 판매하는 ICO를 통해 약 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가상통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국제공조가 시급해짐에 따라 다음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에서 본격적으로 주요 20개국의 가상통화 규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 모주영 경제분석관은 “익명성을 보유한 가상통화는 개별국가의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공조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국내 가상통화 시장구조와 거래현황 분석을 기초로 우리나라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가상통화의 개념과 특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기반으로 규제 적용대상이 되는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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