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유례없는 강경 메시지 불구, 하나금융 마이웨이 계속

납득할만한 채용비리 검사결과 나오면 향후 금융권 기준될 것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낯설다. 분명한 것은 둘 중 한 곳은 큰 문제가 있거나 아니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 문제의 크기도 가늠이 안된다.  

권력에 의한 기업 길들이기일까. 그래서 기업에의 부당한 권력 행위에 대해 정당하게 펼치는 거부행위인가. 아니면 정당한 공권력에 대한 기업의 부당한 거부 반응인가. 예전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일들이 최근 금융권에서 빈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하나은행 채용비리 문제를 표면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감독당국과 하나금융지주와의 갈등이다.

감독권한을 가진 금융위, 금감원과 관련 법률에 의거, 감사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금융회사간의 관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특히 최근 9년 사이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금융권의 상식으로도 이해되지 못할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집단 내에서 서열을 정하려는 힘겨루기 같은 양상이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서임권을 두고 중세교회의 수장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황제 간에 벌어진 갈등, 왕권과 신권을 두고 벌였던 조선의 왕들과 신하들의 줄다리기는 물론 현재의 권력과 미래 권력 간에 암투까지 벌여야 했던 왕과 왕세자간의 갈등 등은 그래도 역사 속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감독기관 간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합리적으로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감독기관의 횡포라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감독기관의 수장들이 공적인 자리에서 불만 섞인 이야기를 내놓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금감원이 보다 공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제기된 2013년을 중심으로 하나은행 채용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사실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것도 “검사 인력, 검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확실하게 조사하겠다”며 “이번 조사가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벼르듯 답변했다.

이는 감독기관 수장의 발언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피감 당사자 전체를 향해 관념적인 워딩으로서 강력한 감사를 주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별 금융회사 한 곳을 정해 구체적으로 감독의 수위, 특히 감독당국의 권위까지 거론할 정도로 말하는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움직임과 관련, 불투명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시작된 갈등이 최흥식 금감원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지면서 금융위원장의 발언 수위도 높아진 것이다. 당연하게도 감독원장 대행을 맞은 유광열 수석부원장의 발언도 무겁기 그지없다. 

지난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결연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한 유광열 직무대행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금융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하는 등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개혁 추진 속도를 늦출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감독기관과 하나금융간의 갈등의 시작이 사퇴한 최흥식 원장과 김정태 회장간의 관계에서 비롯됐든 ‘3연임’이라는 하나금융 회장의 권력의지에 대한 정당한 제어에서 비롯됐든 이 문제의 결과는 채용비리 검사가 핵심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식에서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분명 금융권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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