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성우 수석연구원

보험개발원에 의하면 2015년 한 해 동안 총 480만건의 자동차가 수리됐고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품교체를 수반하는 수리 건은 440만건이었으며 앞 범퍼와 뒤 범퍼의 교환율이 각각 41%(180만건), 31%(136만건)로 교환빈도가 가장 높았다.

또 지난해 2분기 자동차보험 수리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청구공임 50만원 미만 건 중 약 55%가 가벼운 접촉으로 발생한 경미 사고였다.

경미한 외판손상은 적정한 복원수리가 가능함에도 관행적인 과잉수리로 인한 무분별한 부품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등 사회적인 낭비를 초래한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015년 11월 급증하는 외산차로 인한 고액 수리비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자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 범퍼 스크래치 등으로 인한 외장부품의 경미한 손상은 부품비를 제외한 복원수리비만 지급하도록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했다.

표준약관 개정 이후 2016년 7월부터 앞 범퍼, 뒤 범퍼에 한해 이물질 부착, 긁힘 등 경미한 손상상태 유형을 정의하고 그 유형에 따른 복원수리비만 주고 있다. 가벼운 사고에도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과잉수리를 막기 위해서다.

제도시행 후 자동차 약관이 개정된 2016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범퍼 교환 건을 분석한 결과 앞 범퍼와 뒤 범퍼 교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포인트, 5.3%포인트 감소하는 등 부품교체가 상당히 줄었다. 상당부분은 제도의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금감원은 경미 사고 시 자동차보험에서 부품 교체비를 지급하지 않고 복원수리비만 주는 대상을 범퍼뿐만 아니라 도어, 펜더, 휠 등 다른 외장부품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는 경미 손상 기준, 복원에 따른 안전도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복원수리 대상 부품을 선정할 방침인데 올해 안에 확대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손해보험업계는 차량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외장부품의 복원수리를 대폭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도어의 경우 일반 정비공장에서는 수리가 곤란할 정도의 큰 손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금수리를 통해 복원한다. 하지만 외산차 수리를 주로 하는 딜러 정비공장이나 제작사 직영 AS센터에서는 작은 긁힘에도 도어 전체를 교환해 부품 비용을 낭비하고 있다.

정부는 도어나 펜더 등으로 경미 손상 기준을 확대해 제도 도입 효과를 높여갈 예정이다. 제도가 확대, 정착되면 경미한 차량손상에 대한 수리비 지출이 줄어들어 보험료 할증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

부품업계와 정비업계는 수입 감소에 대한 우려로 복원수리 부품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다만 복원수리 부품이 확대되면 일관성 있는 수리비 청구를 통해 보험사와 소모적인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불필요한 폐기부품에서 비롯되는 자원낭비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미 손상 기준을 마련한 취지는 상식적인 부분보다는 잘못된 인식과 이해관계가 얽혀서 발생하는 현상을 개선해보자는 것이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험계약자와 차량소유주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자기 차량은 반드시 새 부품으로 교체해 줄 것을 주장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식으로 반발한다면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수리업체 역시 우리사회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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