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화강암 같은 글의 첫 문장만이 독자의 시선 고정 시키듯 

숫자에 숨어 있는 착시현상 극복하기 위해선 현장경영만이 정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통계는 필연적으로 예측을 부른다. 쓰임새 자체가 판단을 위한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숫자로 이뤄진 통계 조사과정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계절적 요인이나 지역적 특성 등에서 발생하는 편향을 제거하지 않으면 유의미한 해석과 올바른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그 결과는 정치에서의 왜곡된 정책과 기업에서의 잘못된 투자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자주 목격한다.  

그런 점에서 올바른 판단을 위한 편향되지 않은 통계작업은 글쓰기에서 첫 문장과 같다고 하겠다.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인 윌리엄 진서는 자신의 책 <글쓰기 생각하기>에서 “첫 문장이 독자를 둘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유는 글의 존재 이유가 독자들에게 읽혀지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형식과 내용에 관계없이 독자들이 찾지 않는 글은 죽은 글이 된다. 마치 통계수치가 편향된 내용을 담고 있거나 유의미한 내용을 갖추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해석의 오류를 안고 있는 수치 또한 죽은 숫자일 뿐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페스트가 발생한 가상의 도시 ‘오랑’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에 빠져 있는 시민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첫 문장을 찾기 위해 인생의 일부를 할애하는 말단 공무원이 등장한다. 매 순간 가장 적합한 단어를 골라 사용하려 노력하는 조제프 그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결국 쓴 첫 문장은 “5월 달의 어느 화창한 아침에 우아한 모습으로 말을 타는 여인이 멋진 밤색 암말 위에 올라 볼로뉴 숲의 꽃들이 만발한 오솔길을 달리고 있었다”이다. 어떠한가. 프랑스어권 소설 중 가장 잘 쓴 첫 문장 중 하나라고 알려진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을까”를 <이방인>에서 뽑아냈던 카뮈가 소설 <페스트>에 등장시킨 작가 지망생 그랑에겐 형용사 투성이의 첫 문장을 주었다.

형용사는 통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통계적 착시 현상과 유사하다. 수식의 규모와 범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형용사처럼 통계의 유의미한 해석을 방해하는 것이 통계적 착시다. 이런 착시를 해소하는 방법은 통계작성의 기본 틀 안에서 통계 수치를 해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정확하게 통계수치를 체감하고 파악하기 위해 현장 실사를 벌여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숫자가 죽지 않고 의미를 발현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의 위성호 행장은 수치에서 오는 착시효과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한다. 위 행장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금융회사들의 CEO들이 현장영업을 강조하며 전국을 돌고 있다. 이유는 매일 보고되는 숫자에 감춰진 통계적 착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키리니는 <첫 문장 못쓰는 남자>라는 단편 소설에서 “첫 문장은 든든한 바위여야 했고, 모든 것을 그 위에 안전하게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견고한 화강암이어야 했다”고 적고 있다.

든든한 바위이자 견고한 화강암 같은 첫 문장이어야 독자를 이끌 수 있는 묵직한 힘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향을 제거한 통계만이 유의미한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늘도 현장을 돌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CEO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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