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술 빚다 상업양조 나선 평택 ‘좋은술’ 이예령 대표

황금빛 골드와인으로 부르는 오양주, 경쾌하고 단아한 맛 일품 

▲ ‘좋은술’은 삼양주와 오양주 두가지 방식으로 술을 만든다. 사진의 왼쪽은 짙은색 병은 삼양주 방식으로 담은 ‘술그리다’와 ‘술예쁘다’. 그리고 오른쪽 밝은색 병은 오양주로 빚은 ‘천비향 약주와 생주’.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삼양주를 담으면서 술밥을 주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술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덧술 횟수를 늘리면 누룩을 적게 쓰고도 맛있는 술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오양주를 만들게 됐어요.”

지난해 평택으로 둥지를 옮긴 농업회사법인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가 다섯 번 술을 빚어 9개월의 시간과 정성을 들인 오양주 ‘천비향’을 내게 된 사연이다. 

집에서 빚는 가양주는 누룩을 많게는 전체 곡물량의 20%에서 적게는 9% 정도를 사용한다. 누룩이 가지고 있는 당화력을 고려해서 술의 스타일에 맞춰 누룩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룩을 사용해서 상업양조를 하는 대개의 술도가에서는 그 최소량인 9% 정도의 누룩을 사용한다. 그런데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는 이것의 절반 정도를 사용하면서 발효주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알코올 도수인 19도 안팎의 술을 만들어낸다. 누룩은 곡물의 전분을 당으로 전환시키는 효소와 당을 알코올로 바꾸는 효모가 함께 들어있는 발효제다. 따라서 초기에 빠르게 전분을 단당으로 전환시켜 알코올을 생산해내야 잡균으로부터 술을 지켜낼 수 있다. 이 노하우를 얻기 위해 이 대표는 비싼 수업료도 지불했다. 누룩을 줄여 술을 빚으면서 대략 5000만원 가치의 술을 버리기도 했던 것이다. 

술독을 가득 채운 술에서 자신이 원하는 술맛과 향이 나지 않으면 술을 빚는 장인은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같은 상업양조이지만 대기업에서 공산품처럼 술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매번 맛의 차이는 나지만 수천 년 동안 이어온 가양주 문화를 술빚기의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변에서 걱정하듯, 이양주를 만들어 술의 회전을 빠르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느냐는 말참견을 들을 때면 좋은 술을 빚는 길이 참 고단한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고집스럽게 누룩을 적게 넣어 오양주를 빚는 이유는 술 공부를 시작한 사연과 관계가 있다.

“결혼을 했을 때 남편 형제들이 많았는데 모두 술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숙취가 덜한 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바로 서울에 있는 전통주연구소에 다니면서 술을 빚기 시작했어요.”

▲ 술 좋아하는 남편과 형제들을 위해 술 공부하다 상업양조의 길에 들어선 평택 ‘좋은술’의 이예령 대표. 사진은 양조장 탐방객들에게 자신의 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즉 좋은 술을 만들어서 가족과 즐기고, 상업양조도 같은 생각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술을 만들 생각으로 숙성에 들어가는 시간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좋은술’에서 빚은 술중에는 4년 이상 된 것도 제법 있는데, 이 술들은 아이스와인보다 더 좋은 풍미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는 자신의 술을 황금빛을 띤 골드와인이라 부른다. 

‘좋은술’에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술은 앞서 말한 오양주 방식의 ‘천비향 약주’와 ‘천비향 생주’(각각 알코올 도수 16도, 14도), 그리고 삼양주 방식으로 빚는 ‘술그리다’와 ‘술예쁘다’가 있다. 술그리다는 알코올도수 10도의 술로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기획한 술이며 술예쁘다는 홍국쌀을 이용해 빚은 붉은 색을 띠는 막걸리다. 천비향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지만 술맛은 얕볼 수 없다. 이 대표가 빚는 술의 쌀과 물 비율이 엇비슷해 쌀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단맛을 제대로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술들도 기본 3개월 이상을 발효 숙성했기 때문에 맛의 깊이는 천비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함께 천비향을 증류해서 만들고 있는 알코올 도수 40도와 53도짜리 소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곡물향을 제대로 살려낸 증류소주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한 마디로 이예령 대표의 술맛을 표현하면 ‘질감이 경쾌하면서 단아한 단맛’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표의 술맛은 2016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되면서 대외적으로도 확인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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