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보험사, 보험료 환급 방안 놓고 설왕설래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태아보험(태아특약)에 가입했던 보험계약자들이 보험료 일부를 돌려받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태아보험은 출산 이전에 어린이보험의 특약 형태로 가입하는 보험이다. 금융당국은 자녀 출산 이후에 보장받을 수 있는 담보의 보험료까지 임신 중에 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보험감리국은 지난달 29일까지 보험사들에게 일부 어린이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환급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대상은 출산 전 어린이보험 내 태아특약에 가입한 사람들 가운데 보험계약을 유지하다 중도에 해지한 가입자다.

현재는 보험사별로 태아특약 가입자 수와 보험료 환급 규모를 파악 중이다. 올 상반기 내에는 보험료 환급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태아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환급 논의는 지난해 말 어린이보험 계약자의 민원에서 비롯됐다. 어린이보험은 크게 출산 전 담보(태아보험)와 출산 후 담보로 나뉘는데 임신기간 중에 가입하더라도 출산 후 담보에 대한 보험료까지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임신 4개월 시점에서 어린이보험에 가입, 월 보험료로 100원을 내고 있다고 가정하면 태아보험에 대한 보험료는 80원 수준이고 나머지 20원은 출산 이후 발생하는 상해·질병 및 배상책임 등에 대한 보험료다.

즉 가입시점부터 출산 전까지 약 6개월간 낸 600원의 보험료 가운데 120원(6개월*20원)은 보험 보장을 받지 못함에도 내야하는 보험료란 뜻이다.

이는 선천이상질환이나 출생 중 사고 등 신생아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제외한 최소 수준의 환급액을 가정한 것이다. 환급액 규모는 보험계약마다 다를 수 있으며 금감원은 대부분의 보험료를 돌려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간 보험사들은 어린이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만기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태아보험 가입시점에 먼저 거둔 보험료를 대신해왔다. 가입시점부터 출산 전까지 기간이 6개월이라면 보험계약이 끝나는 시점을 6개월 더 연장해주거나 마지막 6개월간의 보험료를 받지 않는 식이다.

금감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다. 보험계약을 만기까지 가져가지 못하면 임신 기간 중 냈던 보험료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때문에 전체 어린이보험 가입자에 대한 형평성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보험료 일부를 환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제 2의 자살보험금 사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자살보험금 이슈는 생명보험사들이 일본 보험사의 약관을 잘못 베껴 생긴 사례다.

금감원은 표준약관 제정 및 개별 약관의 승인권한을 지녔음에도 약관상 실수를 파악하지 못했고, 보험사들은 자살을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던 수천억대의 보험금의 지급책임을 전부 져야했다.

어린이보험의 보험료 환급도 금감원의 인가로 십수년간 팔아왔던 상품을 이제와 환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이슈와 다른 점은 약관상 실수가 없었고 보험사들이 약관에 명시된 보장을 이행하고도 보험료를 환급해줘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초서류 준수의무 위반 및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선천이상이나 조산, 저체중아 등 신생아 관련 보장은 태아 때부터 발생했다는 전제 하에 보험료가 산정된 것”이라며 “태아 때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보고 보험료 환급해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이 경우 앞으로 태아보험이 없어지거나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린이보험을 많이 팔아온 손해보험사일수록 생명보험사보다 보험료 환급액 규모가 클 전망이다. 해지한 계약자에 대한 환급절차도 함께 진행되면 환급액보다 환급절차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

금감원 오홍주 보험감리국장은 “현재 논의 중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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