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5 00:05 (금)
[응답하라, 우리술 76]아시아 최초 와일드맥주 양조장 ‘와일드웨이브’
[응답하라, 우리술 76]아시아 최초 와일드맥주 양조장 ‘와일드웨이브’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18.04.15 1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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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신맛 내는 효모로 특화된 맥주만 전문적으로 생산

금정산성 누룩 넣은 새로운 스타일의 사우어맥주 개발 중

▲ 지난해 설립된 아시아 최초의 와일드 맥주 전문 양조장 ‘와일드웨이브 브루잉’의 대표 이창민씨가 탭에서 자신들의 사우어 맥주를 따르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하는 일마다 ‘아시아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보기 드문 양조장이 있다. 크래프트 맥주 붐을 우리 보다 먼저 경험했고 인구도 많은 일본에서조차도 찾아볼 수 없는 맥주 양조장이다. 그렇다고 술 빚는 기술을 벨기에나 독일 같은 맥주 강국에서 배워온 것도 아니다. 자가 양조(홈브루잉)를 통해 수없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몸에 체득한 토종 기술이다.

지난해 7월 부산 송정에 둥지를 튼 ‘와일드웨이브 브루잉’ 이야기다. 술도가 이름도 낯설다. ‘와일드웨이브’. 우선 ‘와일드’는 맥주의 스타일 이름이다. 단어 뜻 그대로 야생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맥주다. 

맥주의 원료는 보리를 발아시킨 맥아와 물, 그리고 효모와 홉이다. 쌀과 물, 누룩으로 만드는 우리 술 막걸리처럼 간단하다. 이중 막걸리의 누룩 역할을 하는 것이 효모다. 야생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주인공 또한 효모다. 일반적으로 즐기는 라거, 에일과 다른 톡 쏘는 셔벗 같은 상큼한 맛과 덜 익은 자두의 신맛 등을 야생 효모가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지는 맥주를 ‘와일드 맥주’라고 분류한다. 와일드 맥주를 만드는 미생물은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음식의 신맛을 내는 락토바실러스라는 유산균과 막강한 식욕을 자랑하는 브레타노미세스가 바로 그것. 이 같은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가 전 세계 맥주 양조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쯤의 일이다. 독일의 베를리너바이세와 고제, 그리고 벨기에의 람빅과 크릭 등의 맥주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맥덕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최근의 일인 것이다. 

이같은 최신의 맥주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하고, 맥주로 만들겠다고 나선 사람은 ‘와일드웨이브’의 창업자 중 한 사람인 ‘푸브루’(별명, 현직 대학교수)이다. 맥주를 좋아했던 푸브루는 부산지역의 홈브루어들과 함께 다양한 와일드비어를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가 현재 와일드웨이브의 대표 상품인 ‘설레임’(드라이홉핑 사우어)이다. 이 맥주의 초기 버전이 소개됐을 때 전국의 사우어맥주 팬들은 열광했다고 한다. 현재 와일드웨이브를 맡고 있는 이창민 대표는 당시의 경험을 ‘혁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이렇게 ‘푸브루’가 설계한 레시피의 맥주가 국내 맥덕들에게 호평을 받고 매출까지 늘어나자, 다른 양조장에 위탁해서 생산하던 집시 시절을 마감하고 지난해 브루펍(브루어리+펍)을 열게 된 것이다.

▲ 와일드웨이브의 양조시설 중 핵심은 오크통이다. 50개 정도의 프랑스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선 야생효모의 맛을 내는, 그래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하는 맥주들이 익어가고 있다.

와일드웨이브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는 대략 16종 정도. 이중 4개는 락토바실러스를 이용한 사우어맥주이며 12개는 브레타노미세스를 이용한 와일드맥주와 일반 맥주들이다. 그런데 이처럼 사우어와 야생효모로 맥주를 만든 것이 아시아권 처음이란다. 당연히도 이를 전문으로 하는 양조장도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유는 와일드맥주의 여정이 곧게 뻗은 직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거와 에일류의 맥주는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지만, 야생의 효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와일드맥주는 자갈 가득 깔려 있는 험로를 걸어야 한다. 술이 산패해서 모두 버려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잘 만들어졌어도 신맛을 내는 술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 뚜렷해 시장의 확장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단한 길이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맥주다보니 ‘와일드웨이브’는 가시밭길을 장미 꽃길처럼 생각하며 걷고 있다. 브루어리에 놓여있는 50개의 와인배럴에 들어 있는 맥즙을 먹고 있는 브레타노미세스가 만들어낼 맥주의 맛을 기대하며 고단함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 내내 이창민 대표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말에 와일드웨이브의 내일이 담겨 있는 듯하다.

“시에라네바다양조장 같은 곳이 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처음 페일에일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아 써, 이게 맥주야?’하고 말했지만 결국 이 양조장이 크래프트 맥주 붐을 추동했지요. 와일드웨이브가 우리나라에서 사우어와 야생효모 맥주와 관련, 선구자가 될 것입니다.”

두 달 전 벨기에 전통 맥주인 람빅을 개방발효조건에서 만들어 오크통에 넣어두고 발효 숙성중인 이 양조장은 다음 달에 자신들이 직접 금정산성막걸리에서 배운 누룩을 이용해 새로운 야생효모 맥주를 출시할 계획이란다. 맥주와 막걸리의 새로운 콜라보에 우리 술의 또 다른 전형이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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